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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고는 광정 17년에 일어났다. 왕단화는 어렵게 전 당나라 명화가 장소경의 걸작, <십이선진상> 열두 폭을 구경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그림 욕심을 참지 못하고 열두 폭 전부를 따라 그렸다. 하지만…

변고는 광정 17년에 일어났다. 왕단화는 어렵게 전 당나라 명화가 장소경의 걸작, <십이선진상> 열두 폭을 구경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그림 욕심을 참지 못하고 열두 폭 전부를 따라 그렸다. 하지만 그 그림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고, 곧 촉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그해는 촉왕의 회갑이었다. 신하 안사겸이 <십이선진상>을 바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촉왕은 비밀 보고를 받고 그 그림이 위작이라 선언했다. 원래부터 안사겸을 제거하려던 촉왕은 그 일을 구실 삼아 그를 죽이고, 잔당까지 모조리 처단하려 했다. 그런데 문제의 그림이 바로 왕단화가 그린 것이었다. 이후 촉 지방 화단에서는 그 그림이 미성년 소년의 위작이었다는 소문이 퍼졌고, 사람들은 그를 '십이선인'이라 불렀다. 그의 그림 솜씨가 얼마나 뛰어난지는 아무도 관심 없었다. 왕단화, 이제는 십이선인이라 불린 그는 뜻하지 않게 관부의 수배 대상이 되었다. 왕가 식구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그를 촉나라 밖으로 몰래 빼내 중원으로 보냈다. 그리하여 더 이상 아무도 그를 '왕단화'라 부르지 않았고, 돌아갈 집마저 사라졌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내 재능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일지도 몰라.' 하지만 억울하기도 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도망쳐야 하고, 왜 두려워해야 한단 말인가. 중원에 이른 그는 아예 자신이 '십이선인'이라 밝혔다. 아직 젊었던 그는 몰랐다. 촉왕이 원한 건 그저 명분과 구실뿐, 자신은 그저 그 속의 작은 말 하나였음을. 그는 누가 <십이선진상>을 왕에게 보여주었는지도 몰랐다. 그 뒤로 십이선인은 한동안 침체에 빠졌다. 그의 그림에서는 생기가 사라졌고,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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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고는 광정 17년에 일어났다. 왕단화는 어렵게 전 당나라 명화가 장소경의 걸작, <십이선진상> 열두 폭을 구경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그림 욕심을 참지 못하고 …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