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본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그녀는 온 땅에 붉은 단풍잎이 가득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현실이 그녀에게 남겨 준 것은, 피로 물든 갑옷이 사방에 널브러진 광경뿐이었다. 그녀는 핏빛으로 타 버린 …
이곳은 본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그녀는 온 땅에 붉은 단풍잎이 가득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현실이 그녀에게 남겨 준 것은, 피로 물든 갑옷이 사방에 널브러진 광경뿐이었다.
그녀는 핏빛으로 타 버린 이 황무지에 홀로 서서, 문득 한순간은 정말로 의심했다. 묵산도가 찾아 헤매는 도원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는지.
찾고자 한다고 해서, 정말 찾을 수는 있는 걸까. 설령 찾는다 해도, 그때 가서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남아 있기나 할까.
사람의 목숨은 마른 잎과도 같아, 가을조차 다 지나지 못한다.
한 번도 꺾인 적 없던 그녀의 마음에도 어느새 쓸쓸한 서늘함이 스며들었다.
스승은 그녀에게 말했었다. 삶은 사계절과 같고, 가을은 늘 가장 짧다고.
슬프더라도, 그것은 곧 지나가게 마련이라고.
그녀는 머리를 들어 천 리 밖을 바라보았다. 불견산의 가을은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진짜 붉은 단풍 아래에서 예전처럼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까.
그 생각을 하자, 그녀는 다시 이 가을을 버텨 낼 수 있으리라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