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다. 오시까지만 해도 맑았건만, 밥 한 끼 먹는 사이에 하늘이 어두워졌다. 서늘한 바람에 섞인 빗줄기가 축축한 기운을 실어 왔다. 객잔 안은 사람 소리로 북적였지만, 벽 하나를 사이에 둔 …
비가 내렸다.
오시까지만 해도 맑았건만, 밥 한 끼 먹는 사이에 하늘이 어두워졌다. 서늘한 바람에 섞인 빗줄기가 축축한 기운을 실어 왔다.
객잔 안은 사람 소리로 북적였지만, 벽 하나를 사이에 둔 바깥은 바늘 같은 비와 나뭇잎만이 떨어지고, 빗소리가 천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회랑에 서서 빗줄기를 바라보던 난오의 눈앞에 우산을 쥔 손이 불쑥 나타났다.
고개를 돌리니 바보처럼 해맑게 웃는 방백이 보였다.
그 후로, 난오의 그림자는 하나에서 둘이 되었다.
방백은 숨기는 법이 없었다.
난오와 함께 있을 때면 늘 그녀 주위를 맴돌며,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사랑해', '좋아해', '보고 싶어' 같은 말들을 쉴 새 없이 내뱉고는 했다.
난오는 처음에는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났지만, 시간이 흐르자 어느새 익숙해졌다. 그런 방백에게, 그리고 혼자가 아닌 삶에도 말이다.
매일 아침 난오의 침상 곁에는 늘 따뜻한 물 한 잔이 놓여 있었다. 방백은 그녀가 언제 깨어날지 몰랐지만, 물은 한 번도 식은 적이 없었다.
난오가 먼 길을 떠날 때도, 방백은 어디 가느냐가 아닌 언제 돌아오느냐고만 물었다. 그리고 난오가 늦게 돌아올 때면 늘 어둠 속에서 등불을 들고 기다렸다.
그러다 난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힘껏 손을 흔들었다. 걷다 못해 달음박질치며, 흔들리는 불빛과 함께 어둠을 뚫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 빗. 방백은 회양목으로 빗을 깎아 난오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빗겨주었다. 머리끝까지 빗어 내릴 때마다 정도 한결 깊어졌다.
그는 진심으로 그녀와 함께 늙어가며, 백발이 될 때까지 머리를 빗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난오도 이대로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몸에 깃든 독을 털어놓을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고, 도박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두려움 속에서 행복을 훔쳐 누릴 수밖에 없었다. 피할 수 없는 그날이 올 때까지.
"탁."
촛불이 다 타버렸다.
난오는 정신을 차리고 손안의 빗을 꽉 쥐었다.
방백과 작별하던 날, 무심코 들고 나온 물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