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강호인이 이곳을 찾아왔다. 바깥은 여기저기서 전쟁이 벌어지고, 썩은 고기를 먹는 벌레가 판을 친다며 내게 사람을 구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난 그들과 떠났다. 1년 동안 각지의 …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강호인이 이곳을 찾아왔다. 바깥은 여기저기서 전쟁이 벌어지고, 썩은 고기를 먹는 벌레가 판을 친다며 내게 사람을 구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난 그들과 떠났다.
1년 동안 각지의 벌레를 쫓아냈지만, 강호인은 도리어 날 따라 마을까지 와서 장생충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 말은 사슴 여신을 화나게 했고, 산이 갈라지며 큰 입구가 생겨서 나와 마을 사람 모두가 안으로 떨어졌다.
우리는 구해 달라고 소리쳤지만,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난 모두에게 장생충을 심고, 지상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자고 했다.
장생한 뒤로 난 달라졌다. 사람들이 죽는다고 슬퍼하지 않았고, 이곳을 떠나고 싶지도 않았다.
진회경이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이곳에 와서, 장생선인이 승천했다는 강호의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그가 얼마 버티지 못할 걸 알았다. 장생을 원하는지 물었더니 싫다고 했다. 삶은 한 해의 꽃과 같고, 일생은 한 번의 영예일 뿐이라며, 사람에게 수명이 있는 덕분에 끊임없이 윤회하며 남자와 여자, 백록과 독충으로 변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장생하면 똑같은 신분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그의 도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난 이제 그에게 이용 가치가 없다고 했지만, 그는 등을 돌려주고 떠났다.
등에는 그가 만든 단방이 있었는데, 장생자가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였다. 그가 정말 내 제자라면, 이게 바로 한인이 말하는 '청출어람'일 것이다.
여러 해 전 건넨 선의가 결국 다시 내 손으로 돌아왔다. 이 등불을 보며, 난 인간의 감정을 조금씩 기억하기 시작했다.
단약이 완성되어서 모두의 장생을 풀면, 이곳을 떠나서 내가 배운 모든 걸 그에게 전해줄 것이다.
내가 단약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도, 장생에서 벗어나고 싶은 후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할머니가 나한테 장생충을 주며 장생은 아주 진귀한 보물이자 아무런 가치가 없는 거라고 했는데, 드디어 그 말을 이해했다.
삶은 한 해의 꽃과 같고, 일생은 한 번의 영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