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님께: 협객께서 형의 소식을 알려주신 후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점차 천하를 유람하고픈 뜻이 생겼소. 본래는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북쪽으로 가려 했으나, 길을 잃고 헤매던 끝에 안개가 걷히면서 …
협객님께:
협객께서 형의 소식을 알려주신 후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점차 천하를 유람하고픈 뜻이 생겼소. 본래는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북쪽으로 가려 했으나, 길을 잃고 헤매던 끝에 안개가 걷히면서 기이한 산을 만나게 되었소. 이곳 사람들은 '불견산'이라 부르더군요.
깎아지른 절벽이 수천 길에 달하고 허공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잔도가 이어져 있어, 걸음마다 발밑을 조심해야 했소... 천계 험로라는 곳을 지나던 중, 마애에 글을 새기는 예인을 우연히 만났소. 그의 솜씨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정교했는데, 정작 그가 새긴 내용이 영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들이더군. 이를테면 "이토록 가깝고 아름다운 곳, 주말엔 하북으로", "내 마누라 찾음", 그리고 "무명 강화", "폭률 최적화" 같은 말들이오... 도대체 누구의 의뢰를 받았는지도 모르겠으나 당당하게 절벽 위에 새겨져 있더군.
이 웅장한 석벽을 보면서 문득 협객께서 자주 말씀하시던 한 점주, 강 대협 등을 떠올렸소. 혹시 그리움을 절벽에 새긴다면, 인연 있는 누군가가 엿볼지도 모르지. 허나 다시 생각해 보니 불견산은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소식이 닿기 어려울 것 같소. 짐작건대 그 글을 새긴 이들도 무언가를 널리 알리려 했다기보다, 그저 구름 덮인 벼랑과 단단한 돌에 기대어 주인 없는 그리움 한 자락을 털어놓으려던 게 아니었을까 싶소.
산길은 비록 험하나 숨겨진 절경이 숨겨져 있소. 민들레가 마치 눈의 바다처럼 만발하여, 흩날리는 품이 구름 물결 같더군. 정말 구경할 만한 장소라네. 협객께서 만약 시간이 나신다면 이곳에서 한 번 만나 보는 것도 좋겠소.
초연화 회답을 기다리며
불견산 천계 험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