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추편-입진 처음 무대를 지날 때,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고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이가 멈춰 서자 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한 편만 보고 가자꾸나.' 이원 제자가 이런…
숙추편-입진
처음 무대를 지날 때,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고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이가 멈춰 서자 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한 편만 보고 가자꾸나.'
이원 제자가 이런 곳에 서는 일은 드문 편이다. 이따금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사람들은 새해 춘절 때보다 더 즐거워했었다.
하지만 평범한 백성도 배불리 먹기 어려운 요즘 같은 시기에 명절을 쇠는 여유는 일찌감치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 탓에 한 곡의 노래가 고단한 삶에 큰 위로가 되었다.
당시 어린 소년이었던 자신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배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가운데, 그 눈 속에서 화려한 갑옷을 입고 금빛 허리띠를 두른 장군이 홀로 춤을 추며 채찍을 휘둘렀다.
공연이 끝나자, 무리를 이끄는 사형으로 보이는 자가 어린 제자들을 이끌고 찾아와 절을 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어린아이를 보자 그는 아이의 손에 배로 만든 사탕을 쥐어줬다.
그 후, 그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이웃 마을에 있는 먼 친척 집에 '잠시' 맡겨졌다.
봄의 추위를 막기 위해 낡다 못해 해진 얇은 이불 속으로 몸을 기댔다. 날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밭을 갈고 흙을 고르며 지냈다. 하지만 집으로부터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맞아서 생긴 오래된 상처를 매만졌다.
가을 수확이 한창이니 아무도 자신을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갈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문 앞에 나타난 자신의 모습에 부모님의 눈빛은 경악과 난처한 빛으로 물들었다.
집안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고, 동생들은 아직 어렸다. 맏이라면 충분히 일할 수 있었다.
자신을 내보내는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
생계를 위해 계산해 보면 제아무리 무식한 사람이라도... 고민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쫓겨난 집 지키는 개는 연거푸 옛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단 한 번의 눈길만으로도 누가 버림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