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무렵이면 어김없이 보슬비가 내려 사람들을 성가시게 했다. 거리에 사람 그림자도 드물었고, 평소 '불선선'에 와서 술 마시던 단골들도 하나같이 보이지 않았다. 장사가 안되는 날이라 한 점주는 아…
청명 무렵이면 어김없이 보슬비가 내려 사람들을 성가시게 했다. 거리에 사람 그림자도 드물었고, 평소 '불선선'에 와서 술 마시던 단골들도 하나같이 보이지 않았다. 장사가 안되는 날이라 한 점주는 아이를 붙잡지 않고 그냥 마음대로 놀게 내버려뒀다.
소당주가 신선 나루에서 어떤 농부가 조상의 제사를 지내며 종이를 태우는 걸 보고 신기해했다. 한참 구경하다가도 모자란 듯 버려진 종이를 주워 그 농부 흉내를 내며 종이를 태우기 시작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까지도 소당주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 점주가 결국 신선 나루로 찾아가 보니, 소당주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종이를 태우고 있었고, 입으로 뭐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날 저녁, 신선 나루 사람들 여럿이 한 점주가 작은 주인을 거칠게 안은 채로 '불선선'으로 돌아가는 걸 봤다. 점주는 걸어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 죽으면 나한테도 종이 좀 많이 태워라. 나도 아래 가서 한번 편하게 살아보고 싶다.' 그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아 신선 나루에 퍼져 나갔다. 마을 주민들은 아이가 오늘 밤 또 혼날 거라며 킥킥 웃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 저녁 준비를 했다.
불쌍한 아이는 다음 날 눈이 퉁퉁 부어서 가늘게밖에 뜰 수 없었다. 그래도 한 점주가 삶아준 따끈한 달걀을 들고 또 여기저기 뛰어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