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견은 도둑이었으나, 나름 학식이 있는 도둑이었다. 군부견이 태어났을 때, 그의 부모는 술 취한 서생들이 읊조리던 "군부견황하지수천상래(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군부견은 도둑이었으나, 나름 학식이 있는 도둑이었다.
군부견이 태어났을 때, 그의 부모는 술 취한 서생들이 읊조리던 "군부견황하지수천상래(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라는 구절이 무척이나 유식하다 여겨 아이의 이름을 군부견이라 지었다. 훗날 군부견은 이 시를 직접 찾아 읽고, 그중 '천생아재(하늘이 내게 재물을 주셨다)'라는 문구에 매료되었다. 하늘이 내게 내려준 재물이라면, 조금 가져간다고 도둑질이라 할 수 없지 않은가.
그 무렵 군부견은 미앙성에서 부유한 가문, 온가의 공자 온무흔을 표적으로 삼았다. 영민해 보이는 자일수록 오히려 털기 쉬운 법이었고, 그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만두 수백 개를 사서 수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레가 지나 다시 마주한 온무흔은 아사 직전의 몰골을 하고 있었다. 군부견은 이해할 수 없었다. 굶어 죽어가는 처지에 왜 그토록 집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것인지. 아쉽게도 그에게서 훔친 돈은 이미 모두 나누어 주고 없었고, 군부견의 품에 남은 것이라곤 쉰내 나는 만두 한 개뿐이었다.
나중에야 군부견은 온무흔이 자신의 가문을 증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온씨 성을 가졌지만, 그의 가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에 군부견은 그에게 약조했다. "앞으로 네 생일마다 내가 갓 쪄낸 하얀 만두를 대접하마." 그것은 온무흔이 생애 처음으로 온기를 느낀 순간이었다.
드디어 온무흔의 생일날, 군부견은 일찍이 집을 나섰다. 온무흔 또한 술법을 좋아하는 군부견을 위해 가문의 오귀반운술 서책을 몰래 훔쳐 나와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그러나 군부견의 누추한 거처에서 예전에 자신이 잃어버렸던 돈주머니를 발견하고 말았다.
모든 비극의 원흉이 군부견, 그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온무흔은 그를 친구로 여겼던 만큼 깊은 배신감에 휩싸였다. 그는 군부견을 반드시 죽이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군부견은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온무흔은 다시 온가로 돌아갔다. 온가의 여섯 아들 중 넷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온무흔은 온가의 주인이 되었다. 그리고 강호에는 스스로를 '천생아재'라 칭하는 도성이 나타났다. 해마다 온무흔의 생일이 되면 도성은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가장 아끼는 선물을 훔쳐갔다가, 이내 슬그머니 되돌려놓고는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