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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이는 땅 위를 걷는 걸 싫어한다. 자갈이 발바닥 살을 찌르는 것도 그렇지만, 가장 화나는 건 고개를 들어도 인간의 옷자락밖에 안 보인다는 것이다. 체면을 구기고 드러누우면 볼 수 있겠지만, 배를…

넝쿨이는 땅 위를 걷는 걸 싫어한다. 자갈이 발바닥 살을 찌르는 것도 그렇지만, 가장 화나는 건 고개를 들어도 인간의 옷자락밖에 안 보인다는 것이다. 체면을 구기고 드러누우면 볼 수 있겠지만, 배를 드러내면 그 얄미운 녀석이 눈치도 없이 손을 뻗어 마구 문지른다. 그런데 뭐랄까, 꽤, 꽤 기분 좋긴 하다. 이건 정말이지 치욕이다! 넝쿨이는 사람보다, 포도 넝쿨보다, 집보다도 높이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새벽이슬에 젖은 넝쿨이 발아래서 흔들렸지만, 아래에서 애태우는 사람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제야 힘들이지 않고 사람의 전신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결말은 발을 헛디뎌 넝쿨에서 쿵 떨어지는 것이었지만, 아래에 있던 사람이 두 손으로 안전하게 받아 주었다. 그 후 넝쿨이는 넝쿨 타는 법을 익혔다. 어느 날 넝쿨 아래 그 사람이 금방 돌아온다고 하고 떠났다. 그래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처음엔 넝쿨 위에서, 그다음엔 넝쿨 아래에서, 나중엔 산길에서 기다렸다. 더 기다려도 오지 않으면, 넝쿨이는 다른 곳으로 찾아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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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이는 땅 위를 걷는 걸 싫어한다. 자갈이 발바닥 살을 찌르는 것도 그렇지만, 가장 화나는 건 고개를 들어도 인간의 옷자락밖에 안 보인다는 것이다. 체면을 구기…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