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은곡 속, 잔국을 앞두고 사제가 마주 앉아 있다. 이레 동안의 계산 끝에, 상기판 위의 모든 수는 이미 만회할 수 없는 국면에 이르렀다. '봉룡 서원'을 상징하는 백돌은 마지막 한 알만 남긴 채…
무은곡 속, 잔국을 앞두고 사제가 마주 앉아 있다.
이레 동안의 계산 끝에, 상기판 위의 모든 수는 이미 만회할 수 없는 국면에 이르렀다. '봉룡 서원'을 상징하는 백돌은 마지막 한 알만 남긴 채 포위되어 있었다.
"스승님..." 제자가 고개를 떨군다. 목소리가 모래처럼 거칠다. "봉룡 서원은 이미 죽은 판입니다. 아무리 사람이 더 가도, 파국을 위해 쓸모 없는 돌을 더 놓는 것뿐입니다."
사온은 말없이 백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천원에 내려놓았다. 맑은소리가 울리고 상기판은 고요해진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제자의 눈빛을 바라보며, 사온이 천천히 입을 연다. "파국이라 한들, 이 판에 이 돌이 필요하지 않다고 어찌 단정하느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골짜기 밖의 짙은 안개를 바라보았다. "판은 이미 호타에 있지 않다."
그녀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저 전사한 그 백돌을 집어 조용히 제자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 판엔... 아직 한 수가 필요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