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 나의 아들아, 서신에 내 마음을 담아 보낸다. 이 글이 세상에 드러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내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나 지났을지도 알 수 없겠구나. 거란은 물러났을까? 너는 장성했을까? …
장철, 나의 아들아, 서신에 내 마음을 담아 보낸다.
이 글이 세상에 드러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내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나 지났을지도 알 수 없겠구나. 거란은 물러났을까? 너는 장성했을까? 하백이라는 이름은 아직 세상에 남아 있을까?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 거란이 수도를 짓밟고 변성이 피로 물들었다. 하백의 자리는 공석이 되었고, 그 자리를 감당할 인물은 천하에 없었다. 나 또한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부득이하게 연림을 대신해 하백의 자리를 맡게 되었단다.
적은 맹진에서 남하하며 박랑사로 다가오고 있었고, 관군은 진이 이미 무너졌음을 알고, 성문을 닫고 갑옷을 버린 채 바람 소리만 듣고도 줄행랑을 쳤지. 우리 고향의 백성들에겐 물러설 길조차 없었다. 얼마 전 들은 이야기로는 연남의 어느 성이 몇 달간 적을 막아냈으나, 끝내 함락된 뒤 모든 백성이 칼날 아래 쓰러졌다고 하더구나. 만 리에 걸친 백골이 새 귀신이 되어 옛 귀신을 밀어내었다는 말도 있었다.
아아... 장씨 가문은... (알아볼 수 없음) 지금 이곳에는 여인과 아이들, 노약자들뿐이기에 내가 하백의 이름을 대신하였으나... (알아볼 수 없음) 내 공력은 보잘것없고 비록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어도 용왕을 제대로 부릴 수조차 없구나. 지금 이 순간조차 위태롭다. 내 마음에 떠오른 계책 하나가 있어, 위험한 일임을 알고 있었으나, 망설일 틈이 없었다... 내가 가짜 신의 이름을 빌려 백성의 분노를 다스리고자 했던 것도 모두 그 연유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내 생에서 가장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세상 사람들의 말이었다. 거란에 항복하는 척한 일을 사람들은 죽은 뒤에 욕을 먹을까 두려워했겠지만, 나는 기꺼이 감내했다. 진심을 숨긴 채 적 앞에 무릎 꿇는 것에 사람들은 후세의 비난을 염려했겠지만, 나는 기꺼이 감내했다. 수치를 참고 목숨을 부지하는 것을 많은 이들은 마음속으로 바라면서도 스스로 부끄러워 감히 나서지 못했지만, 나는 그들을 이끌고 기꺼이 감내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닥치지만, 의롭게 죽는 이는 드물다. 수많은 이의 침묵보다 한 사람의 직언이 낫고, 내 한 몸의 명예를 바쳐 수많은 백성이 평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겠느냐.
하나 이 일은 중대한 비밀이기에 낙... (알아볼 수 없음)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고 거란군 내부에... 우리 가문이... 이 모든 일은 절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 절대, 절대! 명심하거라. 봉씨와 주씨 두 형제는 천고신룡전 앞에서 혈서를 쓰며... 을 지키기로 맹세했다.
내 생애 가장 무거운 죄책감은 바로 너다. 철아, 앞으로 네가 겪게 될 상처를 생각하면 내가 백번 죽는다 해도 그 죄를 다 씻지 못할 것 같다. 미안한 마음은 이루 말로 다 전할 수가 없구나. 하지만 지금도 적의 북과 나팔 소리가 울리고 있고 봉씨와 주씨 두 사람도 이곳에 도착했기에 이만 붓을 놓는다. 그저 네가 태평하고 맑은 세상에서 평탄하고 기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