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산의 첫눈이 드디어 내렸다. 위지서가 바람이 닿지 않는 산속 동굴에 웅크린 채, 바람 소리와 희미한 울부짖음을 듣는데, 그 사람과 처음 만난 밤이 눈앞에 떠올랐다. 허름한 사당, 비바람, 날리는…
랑산의 첫눈이 드디어 내렸다.
위지서가 바람이 닿지 않는 산속 동굴에 웅크린 채, 바람 소리와 희미한 울부짖음을 듣는데, 그 사람과 처음 만난 밤이 눈앞에 떠올랐다. 허름한 사당, 비바람, 날리는 먼지, 거미줄... 정말이지 초라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모두 그녀가 일부러 만든 일이었다.
아버지는 말했다. 혼란한 세상에 태어난 이상 평생을 지켜줄 수 없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여자는 세상에 살면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그래서 그들은 그녀 뜻에 반하는 만남을 주선했다.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어떤 새는 영원히 날아다닌다. 누구도 그 새를 떨어뜨릴 수 없다.
그러나 랑산의 이 첫눈 속에서 그녀는 그 남자를 반복해 떠올렸다. 말할 때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던 모습과 모닥불 뒤에 어슴푸레 숨겨진 그의 얼굴을...
사실 그녀도 그가 싫지는 않았다. 비록 둘은 완전히 달랐지만 그는 큰 뜻을 품고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화롭게 하려 했고, 그녀는 자유를 갈망하며 칼을 들고 천하를 누비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평화로운 태도는 그녀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었다.
맞다, 평화로움이었다. 그는 그녀가 말하는 모든 강호 이야기를 평화롭게 들었고, 그녀가 떠날 때마다 평화롭게 배웅했으며, 모든 나루터에서 평화롭게 그녀의 귀환을 기다렸다. 심지어 이 마지막 이별까지도...
'그 창랑검보, 반드시 얻겠다!'
'이번엔 얼마나 오래 가는 거냐?'
'모르지. 큰눈이 내려 산이 막히면 돌아오는 날도 불확실하지.'
그 말을 하며 그녀는 살며시 후회했다. 두 사람 사이에 충분한 여지를 남기고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항상 그녀를 기다렸다...그녀는 갑자기 이렇게 무모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그만 기다릴래?'
사당 밖에선 비가 쏟아지고, 사당 안에선 모닥불이 흔들렸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마지막으로 구운 고구마를 건넸다.
'뜨거우니 천천히 먹어라.'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이별이었다. 그녀는 그의 대답을 알 수 없었지만, 돌아간 뒤 다시는 만나지 않을 각오도 했다. 하지만 거란이 국경을 침범했고 백성들은 떠돌았다. 그녀는 이 길을 걸으며 지쳤고, 지친 후에는 그리움이 생겼다.
바람과 눈보라가 계속 몰아치다가 한순간 멈춘 듯했다.
위지서는 무언가를 감지한 듯 고개를 들었다. 천 리 밖에 있어야 할 사람, 장군을 따라 회남 평정을 가야 할 그가 왜 여기 나타난 걸까?
'너를 데리러 왔다.' 그 남자가 말했다.
위지서는 잠시 침묵하다 미소 지었다.
이번에는, 나는 새처럼 둥지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