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란 도적들이 개봉성을 침공하던 날, 예노산은 천 리 떨어진 절벽 위에서 누군가와 비무 중이었다. '귀문 시장에 들어가 주우생의 천하의 벗이 됐다지?' 강남의 노괴는 푸른 소나무 사이에 비스듬히 누…
거란 도적들이 개봉성을 침공하던 날, 예노산은 천 리 떨어진 절벽 위에서 누군가와 비무 중이었다.
'귀문 시장에 들어가 주우생의 천하의 벗이 됐다지?' 강남의 노괴는 푸른 소나무 사이에 비스듬히 누워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아직도 나 같은 늙은이를 찾아올 여유가 있나?'
예노산은 긴 검을 뽑아 들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늘이 제아무리 높고 땅이 넓다한들 '무도'만 하겠는가!'
두 사람은 칼끝을 맞대고 사흘 밤낮을 싸웠지만 끝내 승부를 내지 못했다.
결국 강남의 노괴가 전서구를 받아 문중 일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고 하자, 예노산은 아쉬움을 삼키며 검을 거두었다.
그는 평생 무엇보다 비무를 좋아했다. 주우생과의 인연도 한 번의 시합에서 시작됐다. 귀문 시장에 들어간 것도 처음엔 그 괴인들과 실력을 겨뤄보려는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함께 지내다 보니 무예 말고도 즐길 일이 많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됐다.
'소주는 차를 좋아하고, 소팔은 술을 좋아하지!' 개봉성 근처에 다다랐을 때, 예노산은 모두에게 줄 먹을거리를 들고 웃었다. '며칠이나 걸렸으니, 다들 나 원망 안 했으면 좋겠군.'
하지만 그를 원망할 사람이 정말 하나도 남지 않을 줄은 미처 몰랐다.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15년이 흘러도 예노산은 예전처럼 웃는 얼굴이었다. 다만 이제는 누구와도 무공 대결을 벌이지 않았다.
깊은 밤이 되면 그는 웃음을 거두고, 멀리 영면의 묘가 있는 쪽을 바라보곤 했다.
'걱정하지 마라. 이번엔 내가 잘 지켜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