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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나무 아래, 배꽃이 춤추듯 흩날린다. 돌 탁자 위로 떨어진 꽃잎들 사이에 술 단지가 하나 놓여 있고, 술 단지 옆에는 버드나무잎 무늬가 그려진 백자 술잔 두 개가 있다. 한향선은 이미 잔에 술을…

배꽃나무 아래, 배꽃이 춤추듯 흩날린다. 돌 탁자 위로 떨어진 꽃잎들 사이에 술 단지가 하나 놓여 있고, 술 단지 옆에는 버드나무잎 무늬가 그려진 백자 술잔 두 개가 있다. 한향선은 이미 잔에 술을 따라 놓았다. 위지서는 한향선과 달리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 고개를 젖혀 첫 잔을 들이켜자, 그제야 정신이 차려지는 듯했다. 이 세상에서 그녀에게 시체를 묻는 일 따위를 시킬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눈앞에 있는 이 여인뿐이리라.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여인에게 목숨을 빚진 제 탓이지. 두 번째 잔이 목뒤로 넘어갔다. 위지서는 돌 탁자 위에 놓인 장도를 어루만졌다. 아직 물기가 남아 있었다. 늑대산 전투 이후, 그녀는 오랫동안 칼을 들지 않았다. 어제는 한향선을 찾아 술이나 마시며 괴로움을 달래려 했지만, 산에 들어서자마자 한향선이 뒤에서 검을 들고 누군가를 쫓고 있었다. "놈을 막아!" "응." 비성 표창이 날아가자, 그자는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한향선이 눈앞까지 쫓아와 날렵하게 검을 휘둘렀다. 죽이려는 것이었다. 위지서는 허리춤의 장도를 매만졌다. 사실 한향선이 죽이라고 한다면 그녀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칼을 뽑을 것이다. 하지만 위지서는 피를 보길 원치 않았고, 한향선은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제 그 칼은 살생을 저지르지 않았다. 한향선이 강에서 검을 씻을 때, 위지서는 심심한 나머지 옆에서 칼로 소용돌이를 몇 개 일으켰고... 몇 차례 눈총을 받았다. 세 번째 잔이 목뒤로 넘어갔다. 위지서는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거란 첩자는 죽기 전 많은 정보를 털어놓았다. 북한, 조정... 이 정보들은 앞으로의 길을 더욱 명확하게 해주었다. 그녀는 높이, 더 높이 올라가야 했다. 충분히 높이 서야 충분히 멀리 볼 수 있는 법이다. 그 뿌리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 부패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속의 칼로 이 혼란한 세상 속 악의 뿌리를 잘라낼 것이다. 한편, 한향선은 지금이 남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충분히 가까이 가야 충분히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법이다. 눈앞에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등 뒤에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다. 한 사람을 구하고, 또 한 사람을 구하고, 또 한 사람을 구해서... 충분히 많은 사람을 구하면, 그것이 곧 한 치의 강호요, 한 조각의 세상이 된다. 게다가, 그들이 말한 얼굴 바꾸기, 은연이란...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두 손을 바라봤다. 이제 이 능력을 내보일 때가 된 것 같다.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가, 일어나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석 잔의 술, 반 각의 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모든 것을 말한 것처럼 보였다. 이 세상에는 물을 건널 배도 필요하고, 제때 내리는 단비도 필요하다. 두 사람은 헤어지지만, 그녀들이 지켜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다시 만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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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나무 아래, 배꽃이 춤추듯 흩날린다. 돌 탁자 위로 떨어진 꽃잎들 사이에 술 단지가 하나 놓여 있고, 술 단지 옆에는 버드나무잎 무늬가 그려진 백자 술잔 두 …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