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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준이 흩어지고 수 해가 지나서야, 고현은 다시 청하로 돌아왔다. 백초야의 바람은 여전히 예전처럼 불었고, 모든 게 그대로인 듯 보였지만 결국 달라져 있었다. 수년간 푸르게 자라던 풀밭 아래에는 …

팔준이 흩어지고 수 해가 지나서야, 고현은 다시 청하로 돌아왔다. 백초야의 바람은 여전히 예전처럼 불었고, 모든 게 그대로인 듯 보였지만 결국 달라져 있었다. 수년간 푸르게 자라던 풀밭 아래에는 이제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던 동료들의 시신이 셀 수 없이 묻혀 있었다. 그 전쟁에 진짜 승자가 있었을까? 그는 더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그런 세상과 마주하기 싫어서, 멀리 떠났던 걸지도 모른다. 그는 많은 길을 걷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돌아보니, 아직 그들에게 바치지 못한 추모곡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돌아온 거였다. 무너진 전장의 벽 사이에서, 그는 지난날을 떠올리며 거문고를 다시 집어 들었다. 참여하지 못했던 마지막 전투를 위해, 마지막으로 보지 못한 형제 열언을 위해, 그는 그 곡을 연주했다. 그 거문고 소리는 옛 친구에게 바치는 노래였고, 그는 오래도록 그들을 기억할 거였다. 그때, 조혼령이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내며 멀리서 화답하듯 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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