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차에 이어, 이날 청천문의 진요는 구류문 악당에게 속아 문중에서 지급받은 은화를 도둑맞고, 당주의 꾸지람까지 들어 마음속에 한을 품게 되었소. 그날 이후 진요는 복수를 맹세하며 개봉성 안을 …
지난 회차에 이어, 이날 청천문의 진요는 구류문 악당에게 속아 문중에서 지급받은 은화를 도둑맞고, 당주의 꾸지람까지 들어 마음속에 한을 품게 되었소. 그날 이후 진요는 복수를 맹세하며 개봉성 안을 떠돌기 시작했지요. 그는 악당이 흘리고 간 가면 하나를 단서 삼아 뒤를 쫓았으나, 구류문은 마치 도깨비처럼 흔적을 감췄고, 가면 또한 제각각이라 열흘 가까이 뒤쫓고도 별다른 수확이 없었습니다.
그날도 진요는 술호리병을 비운 채 재구덩이 옆에 앉아 졸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들려온 언쟁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무우방의 악한들이 꼬마 낭자 하나를 괴롭히고 있었던 겁니다. 속이 뒤엉킨 참이라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꺾고, 목을 툭툭 풀더니 칼을 짊어지고 앞으로 나섰습니다. 채 반 시진도 지나지 않아,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거한들은 바닥에 넙죽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살려달라 애원했고, 진요는 그들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헝클어진 머리칼을 툭 털며 쓰러진 낭자에게 손을 내밀었지요. 그러나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멍해지고 말았습니다.
'이 꼬마 낭자가 바로..., 날 속였던 바로 그 악당이잖아!'
'감히, 여장했다고 내가 못 알아볼 줄 알았나!' 진요는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려 했으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앞이 까매지며 힘없이 쓰러져 버렸습니다.
눈을 떴을 때, 그는 화려한 자수가 놓인 침상 위에 누워 있었고, 방 안에는 어지러운 향내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미 혈을 찔린 터라 말도 할 수 없었고, 입술 사이로 신음만이 흘러나왔지요. 그때, 파 한 줄기처럼 고운 손가락 하나가 그의 입술에 닿았고, 그 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그 악... 아니, 바로 그 악당이 취화음의 여복을 걸친 채 그의 몸 위로 몸을 기울이며 교활하게 웃었습니다.
'은공님, 본래는 먼저 손을 써야 도리가 맞습니다만... 문파에 급한 일이 있어 죄송하지만, 잠시 몸을 빌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