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별추는 규방의 아가씨 시절부터 거문고 타며 곡 짓는 게 싫었다. 딩가딩가 뚱땅거리면 타는 사람은 손이 아프고 듣는 사람은 속이 답답했다. 끝나면 곡을 가르치는 선생에게 호되게 야단까지 맞았다. 그…
운별추는 규방의 아가씨 시절부터 거문고 타며 곡 짓는 게 싫었다.
딩가딩가 뚱땅거리면 타는 사람은 손이 아프고 듣는 사람은 속이 답답했다. 끝나면 곡을 가르치는 선생에게 호되게 야단까지 맞았다. 그러면서 부모님은 선생을 때리지도 못하게 했다.
정말 억울했다.
그해 진천에서 많은 사람들이 쳐들어왔다. 산천을 짓밟고 꽃을 베어 넘기더니 운별추의 집까지 불태웠다.
그녀는 막 세운 두 무덤 앞에 서서 거문고를 바치고 다시 불을 지르며 말했다.
'그러니까 글 배우고 곡 익히는 게 무슨 소용이야? 막상 닥치면 차라리 칼 한 자루, 검 한 자루는 적어도 피는 볼 수 있으니까 낫지.
조금만 일찍 돌아왔더라면 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을까?'
그렇게 세상에서 규방의 아가씨 하나가 사라지고 강호의 협객 하나가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