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화음이라는 곳에는 기쁨과 슬픔이 늘 함께했지만, 풍운회에 오를 이들의 명단이 정해지기 전후 며칠은 특히 더 그랬다. 화현들은 그런 풋내기들의 마음을 그저 코웃음 쳤지만, 마음씨 고운 약란은 달랐다…
취화음이라는 곳에는 기쁨과 슬픔이 늘 함께했지만, 풍운회에 오를 이들의 명단이 정해지기 전후 며칠은 특히 더 그랬다.
화현들은 그런 풋내기들의 마음을 그저 코웃음 쳤지만, 마음씨 고운 약란은 달랐다.
그녀는 언제나 기꺼이 그들의 마음을 풀어주었다.
그날 밤도 그랬다.
그녀는 운화루 서쪽 연못가에서 달빛 아래 춤추는 한 소녀와 마주쳤다.
그녀는 은백색 달빛 아래 조용히 서서 지켜볼 뿐이었는데, 오히려 소녀가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 실수로구나.'
약란은 소녀의 인사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열심히 연습해보거라. 시험에서 원하는 바를 꼭 이루길 바란다.'
약란의 격려는 그녀의 미소처럼 진심 어리고 따뜻했다.
하지만 소녀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다.
사실 소녀는 이미 자신이 탈락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어찌 짐작하지 못하겠는가?
이번 풍운회의 주제는 비천무인데, 자신은 춤에 재능이 없어 동문들이 한 번에 익히는 춤사위도 몇 번이고 연습해야 겨우 따라 할 수 있었다.
소녀는 울면서 약란에게 지난 몇 달간의 서러움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약란이 자신의 눈물 때문에 자신을 파격적으로 합격시켜 주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노력으로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는 거짓말이라도 듣는다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았다.
그러나 소녀의 말을 진지하게 들은 약란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찌 춤으로 시험을 보려 하느냐? 네 노랫소리를 따라 여기까지 왔거늘!'
이것은 소녀가 기대했던 대답이 아니었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저도 모르게 눈물을 멈췄다.
약란은 소녀가 반신반의하는 것을 보고, 늘 그랬듯 평온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춤과 노래는 하나이니,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되지. 네 노랫소리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소녀는 무언가 생각에 잠겼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눈에는 눈물 대신 새로운 빛이 반짝였다.
약란은 소녀의 거듭된 감사 인사를 받으며 조용히 자리를 떴다.
그녀는 운화루의 다과가 마련된 작은 누각으로 올라가, 좀처럼 열지 않던 가장 아래층의 옷장을 열고 그 안에서 낡은 치마 몇 벌을 꺼내 들었다.
비단 치마의 모란꽃 문양은 이미 낡았지만, 정교한 자수와 구슬 장식을 통해 과거의 화려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늘 소박하고 겸손하며 풀꽃으로만 장식하던 약란이 어릴 적에 이토록 화려한 옷을 좋아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마치 오늘 밤의 만남이 아니었다면, 약란 자신도 잊었을 것이다.
그녀 또한 모란 화전의 주인이 되기를 갈망했고, 스승의 선택에 불만과 분노를 품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송여연은 그런 약란의 마음을 단번에 꿰뚫어 보았다.
'꽃 한 송이로는 경치를 이룰 수 없으니, 만자천홍이 진정한 봄이지.'
이미 시들어가던 그 모란은 그녀의 방황을 이끌어 주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너희 모두가 나의 자랑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백이십 화조일, 이십사번 화신풍.
그 누가 유란을 모란보다 덜 곱다 할 수 있겠는가?
유란을 잃은 모란 또한 그 빛을 잃을 터이니.
약란은 눈앞의 낡은 옷들을 바라보며, 다시금 그 익숙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조용히 옷장을 닫았다.
마치 과거의 집착과 방황을 닫아버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