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벗 설임에게. 장문인께서 다급히 소식을 전하셨다. 호타 일대의 전황이 위태로워 죽고 다치는 이들이 이어지고 있으니, 의원의 손길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하신다. 우리 청계관 제자들은 이미 서둘러…
나의 벗 설임에게.
장문인께서 다급히 소식을 전하셨다. 호타 일대의 전황이 위태로워 죽고 다치는 이들이 이어지고 있으니, 의원의 손길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하신다. 우리 청계관 제자들은 이미 서둘러 떠났지만, 이번 북쪽 길은 산도 멀고 길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사람을 구하는 일만큼 긴급한 것이 어디 있겠나.
설임아, 넌 늘 스스로 좋은 의원이 못 된다며, 감히 내 곁에서 청계관의 길을 함께 걷지 못하겠다고 했지. 스승님이 내게 맡긴 비급도, 사람을 살릴 좋은 처방이 아니라며 그리 대수롭잖게 이야기하곤 했고. 하지만 큰물이 제방을 무너뜨릴 때는, 모래든 돌이든 흙이든 나무든, 심지어 피와 살이라도 모두 기꺼이 힘을 보태야 하는 법. 상처를 막고 목숨을 살리는 일이 뭐 따로 있겠나. 일단 네가 사람을 살려내기만 하면, 다른 걱정거리는 전부 내가 감당할 테니, 부디 두려워하지 말아라.
명의니 묘수니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겠나. 생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붙들어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일류 의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