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백모가 올해 정확히 몇 살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신조차 분명히 말할 수 없다. 털은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새하얗던 것일까, 아니면 검은색에서 회색으로, 회색에서 또 하얀색으로, 세월이 지금의 …
이 백모가 올해 정확히 몇 살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신조차 분명히 말할 수 없다.
털은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새하얗던 것일까, 아니면 검은색에서 회색으로, 회색에서 또 하얀색으로, 세월이 지금의 빛깔로 만든 것일까?
자신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 백모는 자신이 너무나 오래 살았다고 느낀다.
너무 오래 살아서 많은 일들을 잊어버렸다.
너무 오래 살아서 이제 곧 잊을 것 같다. 자신은 '백모'가 아니고, 본래 이름이 있었다는 것을.
그 이름을... 누가 불러 주었을까?
웃음소리 경쾌한 여자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불러 준 것일까?
앳된 목소리의 아이가 몸에 달라붙으며 외쳐 준 것일까?
기개 넘치는 소년이 앞에 서서 물어 준 것일까?
잊은 것도 같고 잊지 않은 것도 같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백모만 홀로 뒤로 물러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