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덕 원년의 피고 지는 하루살이 꽃으로 일어난 재앙은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뒤바꾸어 놓았다. 손원, 주우, 정악, 심의륜처럼 태창의 곡식에 직간접적으로 얽힌 이들도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
현덕 원년의 피고 지는 하루살이 꽃으로 일어난 재앙은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뒤바꾸어 놓았다.
손원, 주우, 정악, 심의륜처럼 태창의 곡식에 직간접적으로 얽힌 이들도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은 적후와 같은 평범한 백성들이었다.
적후는 그중에서도 약간의 운이 따랐다. 자신이 손원의 눈에 들어 청계관 제자가 된 것이 순전히 우연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사람에게, 특히 젊은이에게는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게 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았다.
재능이 평범한 사람은 대개 노력에 희망을 건다. 그래서 천원오에서 공부하던 거의 천 일 동안, 적후는 새벽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배우고 익혔다. 그는 적어도 사형 정악만큼은 해내 보이고 싶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청계관의 옛날 원기 다툼과 그보다 훨씬 전부터 이어져 온 수많은 사례는 이미 보여주고 있었다. 재능이라는 벽은 넘기 어려운 것이며, 그 벽을 뛰어넘으려는 평범한 이의 소망은 얼마나 덧없고 허망한가를.
손원이 개봉을 떠난 뒤, 적후는 낙심한 채 영행촌으로 돌아왔다.
"나는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정말 조생모락의 독은 풀 수 없는 걸까?"
그는 스스로 수없이 물으며 방황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에게 인생은 언제나 급박하다. 고향의 현실은 그에게 고민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가장 힘든 시절은 지나갔지만, 영행촌은 여전히 가난과 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청계관의 유일한 직전 제자로서 그는 약재 재배와 조제, 마을 사람들의 수용과 치료까지 도맡았다.
그렇게 몇 해가 흘렀을 때, 적후는 문득 달라진 마을을 바라보았다. 정리된 백초당, 죽 냄새가 감도는 복전원, 약초가 무성히 자라는 청심원까지 모두 사람들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었다.
그때 지나가던 아이들이 그의 생각을 깨뜨렸다. 그들 역시 독재의 고통을 견뎌낸 평범한 이들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의 눈에는 슬픔도, 후회도, 그리고 희망도 담겨 있었다.
"선생님, 저와 누이를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우리 어머니 병 치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커서 선생님처럼 될 거예요!"
짧은 몇 마디였지만, 그 말들은 샘물처럼 그의 마음속을 적셨다.
적후는 그때야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선명히 깨달았다.
그로부터 다시 몇 년 뒤, 태평서원이 마을 남쪽에 세워졌다.
이미 태의서에 몸담고 있던 적후는 영행촌뿐 아니라 개봉의 모든 백성에게 약속했다. 배우고자 하는 아이는 누구나 이곳에서 무료로 배울 수 있다고.
또한 그는 동료들과 함께 장흥집에 혜민화제국을 세우고, <개보본초> 등의 책을 편찬하여 백성들에게 이로움을 주고자 했다.
그 무렵의 적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마 평생을 다해도 사형의 학식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고, 조생모락의 독도 완전히 해독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것에 집착하지 않았다.
"어떤 일이 아무리 힘을 다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금 눈앞의 일에 매진하면 된다. 그다음엔 그것을 사람들과 미래에 맡기자. 수많은 '내'가 함께 노력해, 결국 이뤄내면 되는 일이다."
적후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되뇌며 시선을 멀고도 알 수 없는 곳으로 던졌다.
그의 눈에는 해탈과 아쉬움, 그리고 더 큰 희망이 깃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