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원교 신도들 사이에는 서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등일등은 자신과 어울리는 몇몇 형제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형제라고 한마디만 부르면 몇 명이 모여들었다. 재미난 …
현원교 신도들 사이에는 서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등일등은 자신과 어울리는 몇몇 형제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형제라고 한마디만 부르면 몇 명이 모여들었다.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거나 기예를 겨루거나 했는데, 아무튼 문지기 노릇보다는 훨씬 재미있었다.
둘러앉아 있던 중 한 명이 이 현원교 복을 벗고 다 함께 강호에 나가면 얼마나 통쾌하겠는가? 라며 기발한 생각을 꺼냈다.
다른 한 명이 교내 규율이 엄하니 교를 떠나면 약도 끊기고 반드시 죽게 된다. 어찌 이리 함부로 말하는가? 라며 급히 그의 입을 막았다.
또 다른 한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런 일은 길게 보고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등일등은 앞에 있는 형제들을 바라보며 예전 강호를 떠돌던 시절을 떠올렸다. 마치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것 같았다.
등일등은 허벅지를 가볍게 치며 나도 끼워달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로 어느 순간엔가 그들의 작은 무리에서 한 명씩 줄어들었다.
등일등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
남은 두 형제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 번 더 시도해 볼테니 자기들 대신 잘 지키고 있으라고 했다.
등일등은 다시 문지기 일을 했다. 게으름 피우고, 졸고, 돌멩이를 갖고 놀았지만 형제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한 발짝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