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이 맑고 바람이 가볍게 불었다. 늙은 화혜장은 광주리에 신발을 던져 넣고 느긋하게 시장을 향했다. '노인장, 이 신발에 황금이라도 들어간 거요? 어찌 이리 비싼 거요?' 똑같은 말이다. 늙…
오늘 하늘이 맑고 바람이 가볍게 불었다. 늙은 화혜장은 광주리에 신발을 던져 넣고 느긋하게 시장을 향했다.
'노인장, 이 신발에 황금이라도 들어간 거요? 어찌 이리 비싼 거요?'
똑같은 말이다. 늙은 화혜장은 지난 삼십 년 동안 그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개의치 않은 듯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저으며 따스한 봄 햇살을 만끽했다.
'이 신발, 얼마죠? ' 가격을 묻는 여인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늙은 화혜장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다른 구경꾼이라고 여기며 입을 열었다. '백 냥이오.'
'주세요.'
'그래그래, 돈 없으면 그냥 가시오. 신발 가격이 그 정도인 건... 달라고?!' 늙은 화혜장은 화들짝 눈을 뜨자, 차가운 표정의 젊은 여인이 손에 든 신발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떠돌아다닌 늙은 화혜장은 젊은 여인이 자신이 만든 신발을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을 잽싸게 알아챘다. 노인은 금세 미소를 지었다. 오랜 세월 끝에 드디어 신발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만져보니 편안한 게 밑창도 두툼하면서도 부드럽네요. 어떻게 만드신 거죠?'
노인의 눈이 다시 번쩍였다. 신발 만드는 법을 묻다니? 지기로군!
'크흠, 신발 만드는 일을 아는 듯하니 신발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잘 아시겠구려. 여길 보시오. 가죽으로 된 부분은 몇 달 동안 무두질을 해야 하고, 아마로 된 가죽은 물에 담가 실을 잣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오. 게다가 천 겹으로 된 밑창을 만들려면 바늘, 송곳, 나무 틀, 그리고 여러 겹의 천을 꿰뚫을 초를 먹인 실도 필요하니 하나같이 쉽지 않은 일이라 하겠소이다. 소저가 들고 있는 이 신발의 밑창은 천 겹으로 된 밑창의 완벽한 표준이지. 먼 길 가는 나그네를 위한 최고의 선택일세! 이 신발을 만드는 데 일 년이나 걸렸지!'
일 년이라니, 꽤 긴 시간이네요. 여인은 손에 든 신발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숙였지만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딱 맞는 신발을 만들려면 갑피와 나무 밑창을 구부려 모양을 잡아야 하는데, 오차가 머리카락 굵기만큼 작아야 한다네. 그래야 발에 딱 맞는 신발을 지을 수 있지! 신발을 지을 때는 세심해야 해. 그렇지 않나?'
네, 세심해야죠. 여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아픈 아이를 홀로 키우며 약을 찾아 방방곡곡을 누빈 아버지의 고초라면 그저 세심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신발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라네...' 늙은 화혜장은 길 건너편에서 딸에게 물을 먹이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회상하는 듯 아련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 냥이오.' ' 란오가 늙은 화혜장에게 돈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어이쿠! 이렇게 큰돈을?! 이렇게 큰돈은 필요 없으니 도로 가져가게! ' 노인이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여인은 아무런 대꾸 없이 돌아서서 자리를 떠나려 했다.
돈을 도로 가져갈 생각이 없는 여인의 모습에 늙은 화혜장이 입을 열었다. '두 켤레를 더 가져가는 게 어떻겠나? 이 신발들도 괜찮은 거라네! 어떤가?' 어떤가?'
'괜찮아요. ' 돌아서던 난오가 걸음을 멈춘 채 말했다. '저도 만들 줄 알거든요.'
신발 두 켤레를 손에 쥔 노인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인이 점점 멀어져 갔다.
몇 년 전 자신에게 신발 짓는 법을 묻던 사내의 모습이 퍼뜩 떠오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