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열왕 이십삼년, 여름비가 쏟아지듯 내려 황하가 범람하고 낙수가 무너졌다. 삼월 사이에 스물일곱 곳의 제방이 위급해졌다. 삼천 묵자들이 각지로 흩어져 몸소 흙과 돌을 지고 무너진 곳을 메웠으니 밤…
주위열왕 이십삼년, 여름비가 쏟아지듯 내려 황하가 범람하고 낙수가 무너졌다.
삼월 사이에 스물일곱 곳의 제방이 위급해졌다. 삼천 묵자들이 각지로 흩어져 몸소 흙과 돌을 지고 무너진 곳을 메웠으니 밤새 눈을 붙이지 못하였다. 그러나 묵자들이 힘을 다하였어도 한 잔 물로 수레의 불을 끄는 격이었다.
그때 왕이 한, 조, 위를 책봉하니 왕공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전례의식이 화려하고 생황과 퉁소 소리가 하늘을 뒤흔들었다. 묵자가 이를 듣고 거친 옷에 맨발로 서리를 밟으며 성주로 달려가 여러 왕들에게 간하여 천하를 구하고자 하였다. 높고 높은 제공들은 오직 솥 안의 제물 기름만 보았을 뿐 전각 밖의 떠다니는 시신은 묻지 않았다. 더욱이 천도의 성쇠는 인력으로 거스를 수 없다 하며 명을 어지럽힌 죄로 그를 내쫓았다. 묵자가 비통히 외쳤다. 사람의 목숨이 어찌 천명만 못하단 말인가? 묵자는 포기하지 않고 시골을 뛰어다니며 백성들에게 물길을 트는 법을 전하였으나 배우려는 이는 얼마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어린 남녀를 묶어 강에 빠뜨리며 하늘에 기도하여 용서를 구하였으니 지나가는 곳마다 모두 그러하였다.
그날 밤 홍수가 범람하여 구주가 물에 잠기고 죽은 이가 천만에 이르렀다. 묵자가 허물어진 담장에서 울며 비로소 깨달았다. 천명이 홍수라면 인심은 막힌 곳이니 이는 제후의 죄도 아니요 백성의 죄도 아닌 하늘의 죄로다. 강의 막힌 곳을 트는 것은 쉬우나 마음의 막힌 곳을 트는 것은 어렵다. 강을 트는 자는 그 흐름을 소통시키고 마음을 트는 자는 마땅히 그 어리석음을 깨뜨려야 하니 이에 하늘이 명하지 않음을 들여다보는 뜻을 세웠다.
공맹자가 권하였다. "천명은 쇠사슬과 같아 천 년을 새겨왔습니다. 하, 상, 주 삼대가 바뀐 것도 모두 천명을 말로 삼았습니다. 그대가 이 장벽을 깨고자 하나 한 세대의 공으로는 이루기 어려울 것입니다."
묵자는 흔들리지 않고 말하였다. "천 년의 쇠사슬이라면 천 년의 열쇠로 풀어야 하리라. 십 년에 이루지 못하고 백 년에 결실이 없다 한들 천 년이라 해서 무엇이 두렵겠는가?"
공맹자가 다시 권하였다. "천하에 비명을 외치지 않는 이가 없지 않으나 감히 곧은 말을 하는 이가 드문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그대는 듣지 못하셨습니까? 제후는 하늘로써 백성을 다스리고 백가는 하늘을 증거로 삼으며 백성은 하늘을 믿음으로 삼습니다. 그대는 천하와 적이 되고자 하십니까?"
묵자가 말하였다. "제후는 하늘을 두려워하나 그 솥을 잃을까 두려워함이요, 지자는 하늘을 두려워하나 그 이치를 잃을까 두려워함이며, 서민은 하늘을 두려워하나 그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함이라. 그러나 인심이 막혀 목숨이 하늘에 묶여 있으니 어찌 두려워한다고 물러날 수 있겠는가? 옛날 대우가 용문을 뚫고 구택을 통하게 한 것은 자신을 위함이 아니었다. 이제 하늘을 부정하는 이가 없다면 역시 묵자가 먼저 나아가야 하리라. 의로써 천하를 이롭게 하는데 묵자가 어찌 한 목숨을 아끼겠는가?"
공맹자가 절하며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하시렵니까?"
묵자가 말하였다. "오늘부터 묵자는 마땅히 하늘의 신비를 벗겨내고 창천을 뭇사람의 눈앞에 보여야 하리라. 천 년 만 년이 지나도 마땅히 천하에 알려야 하나니 우레는 하늘의 노여움이 아니요, 비는 하늘의 눈물이 아니며, 천명 또한 두려워할 것이 못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