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텍스트

정해향은 일찍이 한 선배 고수에게 "정이 깊으면 오래 살지 못하고, 지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상처를 입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일부러 거드름을 피우며 재주를 뽐낼 때마…

정해향은 일찍이 한 선배 고수에게 "정이 깊으면 오래 살지 못하고, 지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상처를 입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일부러 거드름을 피우며 재주를 뽐낼 때마다 마음속에 이유 모를 화가 치밀었다. "대지약우라 하거늘, 진정한 지혜로운 자 중에 너 엽탁처럼 뽐내는 자가 어디 있어?" 그 사람은 늘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능청스러운 모습이었다. "말씨는 날카로워도 마음은 부드럽다지만, 사실 입이 매서운 사람 중에 삼사매만큼 마음 약한 사람은 없지." 정해향은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둘러 차가운 콧방귀 하나 남기고는 얼른 자리를 피해 표정을 추스르러 갔다. 이 여우는 너무 영리해서 자신은 영원히 우위를 점할 수 없었고, 두세 마디면 바로 무너지고 말았다. 그 사람 뼛속까지 스며든 오만이 싫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 오만에 끌렸으니, 마치 천하에 그를 곤란하게 할 일이 없는 것 같았다. 자신이 꿰뚫어 보이는 느낌이 싫었지만 그 사람과 티격태격할 때면 어째서인지 매번 웃음이 나왔다. 그 오만이 싫은 것은 어쩌면 그 오만 때문에 자신이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서일 것이다. 꿰뚫어 보이는 게 싫은 것은 어쩌면 자신의 성격을 그가 분명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사랑이란 것은 당사자가 가장 모르는 법. 천하 모든 사람이 그녀와 엽탁이 한 쌍인 줄 알았는데 정작 자신만 몰랐다. 엽탁은 정해향 얼굴의 흉터를 지울 수 없었지만 묵묵히 시간으로 정해향 마음속의 흉터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연기도 직감에는 지는 법이다. 어둠 속에서 정해향이 말을 달려 산에서 내려가는 사람을 따라잡았을 때, 그녀는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서 당황함을 보았다. 엽탁의 얼굴은 겨울 처마에 거꾸로 매달린 고드름처럼 차가웠고, 정해향은 그 고드름을 꺾어 휘두르며 노는 아이 같았다. 이 못된 여우도 어쩌지 못할 때가 있었구나? "정해향, 산을 나가기는 쉬워도 돌아오기는 어렵다. 제멋대로 산을 나가면 배신이야. 잘 알겠어?" "정해향, 우린 놀러 가는 게 아니야. 성을 지키는 전쟁이라고. 사람이 죽는다고!" "정해향, 설마 나를 좋아해서 이렇게 달라붙는 거야? 내가 가니까 너도 따라오는 거냐?" "정해향! 대체 무슨 장난을 치려는 거야? 우리 모두 떠나면 스승님은 누가 모셔!" "정해향... 산으로 돌아가... 제발 부탁이야, 응?" 정해향은 그저 묵묵히 따라 길을 재촉했다. 날이 밝아올 무렵, 그녀는 엽탁을 향해 웃었다. 처음으로, 그토록 거리낌 없이 웃었다. "만약 온 천하 사람들이 너희처럼 내 얼굴의 흉터를 신경 쓰지 않았다면 나 진작 너에게 시집갔을까?" 엽탁은 갑자기 멍해졌다.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그녀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엽탁, 넌 그저 나보다 먼저 소식을 들었을 뿐이야. 우리가 산에서 내려가는 이유는 사실 같아. 우리는 묵자니까." 하늘이 환히 밝아오자, 정해향은 당당하게 그 빛을 얼굴에 받았다. 그 흉터 위에 받았다. 그날 아침, 그들 모두가 빛나고 있었다.

댓글

—
정해향은 일찍이 한 선배 고수에게 "정이 깊으면 오래 살지 못하고, 지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상처를 입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일부…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