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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풍이 깃발을 휘감아 돌고, 멀리 솟아오른 봉화 연기는 아직 흩어지지 않았다. 그날, 출정을 앞둔 전야에 스승 곽회열이 장회심의 군막을 찾았다. 사부와 제자는 오랫동안 말없이 마주 앉아 있었고, …

삭풍이 깃발을 휘감아 돌고, 멀리 솟아오른 봉화 연기는 아직 흩어지지 않았다. 그날, 출정을 앞둔 전야에 스승 곽회열이 장회심의 군막을 찾았다. 사부와 제자는 오랫동안 말없이 마주 앉아 있었고, 천지간에는 오직 거친 사막의 바람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삼경이 다할 무렵, 곽회열은 결국 참아왔던 질문을 던졌다. "이번 전투의 위험은 적의 강함 때문이 아니라, 조정의 견제에 있거늘... 만약 돌아오지 못한다면 어찌하겠느냐?" "무릇 싸우는 자에게 의란 거절할 수 없는 법입니다. 만약 제가 죽더라도 절대 원망을 품지 마시고, 복수하지 마시며, 그 진상을 파헤치지도 마십시오." 장회심은 술병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전장에 나선 이는 마땅히 그래야 하며, 설령 다른 이유로 목숨을 잃는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비석은 풍상에 깎여 나갔으나, 량주의 흰 눈은 여전히 은빛으로 눈부셨다. 백 세를 넘긴 노년의 곽회열은 그날 밤과 똑같은 바람 소리를 들었다. 술병 속 세월에 이 몸을 뉘이니, 구태여 청산에 뼈를 묻어 무엇하랴. 문득 아스라한 기억 속에, 그는 말 위에서 달리던 소년을 다시 본 것만 같았다. 그는 여전히 그날처럼 빛나던 청춘의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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