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오래전부터 약속한 대국이었다. 상대도 십 리 안에서 소문난 기사였다. 그날은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었다. 도박군은 일찍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긴장 때문인지, 주변의 열기 때문인지 도박군은 …
그것은 오래전부터 약속한 대국이었다. 상대도 십 리 안에서 소문난 기사였다.
그날은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었다. 도박군은 일찍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긴장 때문인지, 주변의 열기 때문인지 도박군은 입이 바짝바짝 탔다.
한 소년이 구리 상자를 안고 외치며 다녔다. "얼음 포도요, 시원한 얼음 포도요!"
그 말을 듣자 도박군의 눈이 반짝 빛났다.
"어서, 어서! 세 개... 세 개 줘!"
달콤하고 시원한 포도가 입안에서 톡 터지며 목구멍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마치 갈라진 메마른 땅에 맑은 샘물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도박군은 만족스러운 탄성을 내뱉었다.
"다섯 개 더 줘! 아니, 다 줘! 여기 돈! 거스름돈은 됐어!"
도박군은 구리 상자를 받아 들고 사람들의 감탄 어린 눈길 속에서 그 자리에 털썩 앉아 얼음 포도를 한 알, 한 알, 먹으며 상대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선후를 정하고 도박군은 숨을 죽이며 기다렸다...
갑자기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도박군의 배 속에 마치 칼날과 끓는 물이 쏟아진 것 같았고, 순식간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렸다.
도박군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모았다. 하지만 쥐어짜는 듯한 복통은 제어할 수 없었고, 다리에 힘이 풀리며 손에 든 말도 맥이 빠졌다.
이를 악물고 도박군은 첫 번째 말을 날렸다... 그 말은 연승의 기세를 담고 곧장 날아갔지만... 말판 가장자리를 훌쩍 벗어나 버렸다.
"아이고-" 분한 건지 아픈 건지, 도박군의 굳게 다문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왔다.
사람들은 그가 허둥지둥 도망치듯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는 모습만 보았다.
이 순간, 도박군은 승패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가장 이기기 어려운 상대는 바로 자신의 몸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