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 삼 년, 팔월 이십오일 유월부터 내린 비가 칠십오일 만에야 그쳤다. 문중에서 황하를 걱정하여 나에게 산을 내려가 살펴보라 명하셨다. 장로님께서 은 천 냥을 주시며 재해 구휼에 쓰라 하셨다. 허…
동광 삼 년, 팔월 이십오일
유월부터 내린 비가 칠십오일 만에야 그쳤다. 문중에서 황하를 걱정하여 나에게 산을 내려가 살펴보라 명하셨다. 장로님께서 은 천 냥을 주시며 재해 구휼에 쓰라 하셨다. 허나 어찌 천 냥이나 필요하겠는가? 열 냥이면 족하다. 산 밖에 나가면 알아서 '돈을 갖다 바치는' 도적놈들이 널려있을 테니.
동광 삼 년, 팔월 이십육일
길에서 이재민을 만나 떡 열 개를 주니 은 한 냥이 들었다.
동광 삼 년, 팔월 이십칠일
길에서 이재민을 만나 떡 스물다섯 개를 주니 은 두 냥 오 전이 들었다.
동광 삼 년, 팔월 이십팔일
길에서 이재민을 만나 떡 서른 개를 주니 은 넉 냥이 들었다. 젠장, 식량값이 미친 듯이 오르는구나. 강도 놈들은 다 어디 처박혀 있으며, 내 돈주머니들은 다 어디 갔단 말인가?
동광 삼 년, 팔월 이십구일
길에서 이재민을 만나 떡 열여덟 개를 주니 은전이 바닥났다. 끝내 강도는 마주치지 못했다.
동광 삼 년, 팔월 삼십일
천지는 아득하고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 강도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묵문이 그립고, 장로님이 그립고, 두고 온 그 구백아흔아홉 냥이 눈에 밟힌다.
동광 삼 년, 팔월 삼십일일
여전히 강도는 보이지 않는다. 겉옷은 진작 저당 잡혔으나 상관없다. 굶주림에 속이 타들어 가니 추위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동광 삼 년, 구월 초하루
배가 고프다. 산중에 강도 소굴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기뻐하며 미친 듯이 달려갔으나 굶어 죽은 시체들만 즐비했다. 반나절을 뛰어다니다가 얻은 건 깨진 그릇 하나뿐이니, 이제는 나 또한 이재민이 되었다.
동광 삼 년, 구월 초이틀
배가 고프다. 황하 강변에서 풍능기라는 소년을 만났다. 이 녀석 수영 솜씨가 기가 막혀서, 모래주머니를 메고도 물속을 자유자재로 오가고 맨손으로 물고기까지 척척 잡아내니 부러워 죽겠다.
동광 삼 년, 구월 초사흘
굶주림이 극에 달했다. 풍능기 그 녀석이 묵문의 기교를 알아보고는 기관술을 배우고 싶다 하였다. 묵문 기관술을 어찌 함부로 전수하겠는가? 무례한 녀석, 마음가짐에 성의가 없도다.
동광 삼 년, 구월 초나흘
물고기 세 마리를 얻어먹었다. 풍능기 말로는 기관술을 배워 무너진 제방을 수리하고 싶다 한다. 그 품성이 훌륭하기는 하나 묵가 기관술은 외부에 전할 수 없는 것인데...
동광 삼 년, 구월 초닷새
물고기 다섯 마리를 얻어먹었다. 이 녀석은 가공하지 않은 보석과 같으니, 그냥 두기엔 너무 아깝다. 결국 동행을 허락하고, 틈틈이 기계 장치를 만지작거리며 녀석이 어깨너머로 배우게 하였다. 그 즐거움은 남에게 말할 수 없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