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릴 적부터 나희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탈 하나를 쓰는 순간, 광대는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종규는 귀신을 잡고 여우는 사람을 홀린다.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르는 …
그는 어릴 적부터 나희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탈 하나를 쓰는 순간, 광대는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종규는 귀신을 잡고 여우는 사람을 홀린다.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르는 순간, 사람은 배역이 되고, 더는 자신의 마음을 노래할 수 없게 된다.
나희를 많이 보다 보니 그 속의 이치를 일찍이 깨우쳤다. 그는 청 누이처럼 협심과 무예를 겸비하지도 못했고 만사 사형처럼 총명한 자도 아니었다.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묵산도에 가장 부족한 얼굴을 연기하는 것이었다. 즉, 겉으로는 온화한 말로 모두의 마음을 달래고 속으로는 이해득실을 따져 문파를 온전히 지키는 것이다. 선대 거자가 세상을 떠나고 스승마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산문 안팎으로 근심이 끊이지 않았다. 거자의 자리를 물려받은 그날부터 그는 현철 가면을 썼다. 가장 믿음직한 얼굴을 쓰고, 그 뒤로는 단 한 번도 벗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무한의 미궁 깊은 곳으로 들어서며 문득 그녀와 처음 만난 날을 떠올렸다. 덩굴을 베어 내던 순간부터 등 뒤의 살기를 눈치채고 있었지만, 돌아보니 그녀가 자신에게 비수를 내밀고 있었다. 새를 구한 뒤 그녀는 다시 산속으로 사라졌고, 그는 그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처음으로 한 연극의 후속을 짐작할 수 없었다.
나중에 그는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늘 마음 가는 대로 웃고, 마음 가는 대로 화를 내는 사람이었다.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그도 비로소 아무 역할도 아닌 자기 자신일 수 있었다.
세상에서 진심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이에게 똑같이 진심이었다... 그녀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위험한지, 도원은 아직 천하 사람 모두를 품을 수 없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분명 자신과는 이미 다른 길을 걷게 되었는데도, 그녀는 그의 소맷자락 사이로 언뜻 비친 피 묻은 손수건을 보고 먼저 혼인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은 그가 처음으로 그녀 앞에서 가면을 쓴 날이자 인생의 마지막 연극이기도 했다.
문중에 이변이 일고 궁기가 다시 깨어났다. 그에게는 더 이상 사태를 수습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묵문의 앞날을 위태로운 도박에 거는 사람에게 맡길 수도 없었다.
그는 모든 계산을 끝마쳤다. 문죄의 싸움은 그녀를 위해 마련한 마지막 계책이었다.
가면이 땅에 떨어지며 맑은 소리가 경쇠처럼 울렸다.
이제는 세상의 모든 근심을 더는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희미한 의식 속에서, 그는 오래전 두 사람이 함께 놓아주었던 그 새 한 마리가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모든 것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리라... 새야, 날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