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은 괭이를 메고, 아이를 안은 채 서원 문 앞에 몰려들어 저마다 큰소리를 쳤다. 봉룡서원의 제자들은 이미 이런 광경에 익숙했다. 글을 외울 사람은 글을 외우고, 도면을 그릴 사람은 도면을 그렸…
농부들은 괭이를 메고, 아이를 안은 채 서원 문 앞에 몰려들어 저마다 큰소리를 쳤다.
봉룡서원의 제자들은 이미 이런 광경에 익숙했다. 글을 외울 사람은 글을 외우고, 도면을 그릴 사람은 도면을 그렸다.
가까이 가서 들어 보니, 배움을 청하러 온 이들이 아니었다. 사람을 찾으러 온 마을 사람들이었다.
"우리 여든 넘은 어머니가 요즘 매일 오후만 되면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우리 집 양반도 맨날 어슬렁거리던 그 영감이 데려가 버렸어요!" "우리 딸한테는 책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집안이 망한다느니 어쩌느니 이상한 소리만 늘어놓는다니까요!"
대낮부터 온 동네를 돌아다니고, 입만 열면 엉뚱한 소리를 하며, 사람들까지 줄줄이 데리고 다니는 수상한 인물. 봉룡서원에는...
정말 그런 사람이 하나 있었다.
한 제자는 문득 떠올렸다. 그 사람이 스승 앞에서 하산해 서당을 열겠다는 일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늘어놓았던가. 결국 자신과 몇몇 사형제들까지 홀려 이곳으로 데려왔고, 그 뒤로 몇 달 동안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괭이만 휘둘렀다. 그런데 막상 수확철이 되자, 그는 마을 사람들이 내미는 곡식을 끝내 받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솥바닥에 남은 마지막 쌀알 몇 톨을 그녀에게 건네고는, 정작 자신은 쌀뜨물만 홀짝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기다려 봐. 지금 밑밥 까는 중이니까." 흥. 정작 고생은 우리가 다 했는데.
또 다른 제자는 어느 날을 떠올렸다. 그 사람은 고운문에게서 '얻어 낸' 도포를 걸치고, 어디선가 '얻어 온' 경전을 손에 든 채,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책에 나온 관상법을 시험해 보았다. 그러더니 제법 실력이 붙었다 싶었는지 밖으로 나가 실전까지 했다. 탐욕스러운 부자에게는 재물을 내놓아 액운을 막으라 권했고, 처자식을 버린 자에게는 눈물 콧물을 쏟게 만들었다. 돌아와서는 그 차림새를 벗어 던지고 혀를 찼다. "말로 사람 설득하는 것도 은근 피곤하네. 차라리 와서 낮잠이나 자는 게 낫겠다."
더 오래 함께한 제자들은 훨씬 먼 옛일을 떠올렸다. 그 사람이 문진관에서 책을 '빌려온' 일, 왕 장군에게서 서원을 세울 사람들을 '모셔 온' 일. 그때는 서원만 세우면 다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진짜 고생은 그 뒤부터였다. 수업료를 받지 않으니 먹을 것은 스스로 길러야 했고, 권세 있는 집안에 기대지 않으니 학생도 직접 논밭으로 찾아가야 했다.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몰려온 사람들을 이끌고 익숙한 길을 따라 산 뒤편 시냇가로 향했다.
"원주님..."
"쉿."
낚싯대를 든 그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 곁에는 그가 '데려온' 남녀노소가 사람마다 낚싯대 하나씩을 들고, 모두 엄숙한 얼굴로 물살만 바라보고 있었다.
"걸렸다!"
아이 하나가 환성을 질렀다. 주변 사람들이 함께 낚싯대를 들어 올리자, 통통하게 살이 오른 큰 은어 한 마리가 물 위로 튀어 올랐다.
"선생님 말씀대로네요! 뜻을 함께하면 이긴다!" "아냐, 아냐. 난 '끈기 있게 하면 쇠와 돌도 뚫는다'는 말인 것 같은데."
낚시꾼들은 저마다 떠들며 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뒤늦게 도착한 제자는 기가 막혀 한마디 내뱉었다.
"그야 쇠와 돌도 뚫겠지. 배불리 먹여 놓고 밑밥까지 잔뜩 뿌려 놨으니, 다른 데 있던 물고기들까지 죄다 여기로 몰려오는 거 아니야?"
마을 사람들은 가족을 만나자 아쉬운 표정으로 오늘 있었던 일을 신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손에 들린 것은 물고기 한 바구니만이 아니었다. 미끼 속에 담긴 이치, 밑밥을 뿌리는 방법, 책에서 배운 이야기, 옛 성현들의 가르침. 그리고 평생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수많은 배움. 내일도 또 와서 배우고 싶다고 모두 입을 모았다.
그제야 그는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낚시는 먼저 밑밥을 뿌리고, 그다음 미끼를 던지는 법. 그 속에는 깊은 이치가 담겨 있었다.
산은 완만하고, 시냇물은 얕았다. 그의 낚싯대에는 주문왕 같은 성군이 걸려들 리 없었다. 하지만 배우려는 아이 몇은 낚아 올릴 수 있었다. 한 마을의 더 나은 내일도 낚아 올릴 수 있었다.
물고기가 자라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고, 좋은 세상이 오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낚시란, 무엇보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 법.
옛날 강태공도 반평생을 공들인 끝에야, 팔백 년 태평성세를 낚아 올리지 않았던가.
비바람과 서리를 견뎌 낸 사람만이, 좋은 터전을 끝까지 지켜 낼 수 있다.
그렇게 자라난 물고기들이 넓은 강호로 헤엄쳐 나가면 천하에 배움의 씨앗을 퍼뜨리는 일이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