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깊은 밤이 되면, 제갈하는 등불을 밝히고 홀로 앉아 두꺼운 장부를 펼쳐 놓고, 곡예단의 지출을 하나하나 적었다. 적어야 할 게 산더미인지, 그는 늘 한참 동안 장부를 써 내려갔다. 그리…
모두가 잠든 깊은 밤이 되면, 제갈하는 등불을 밝히고 홀로 앉아 두꺼운 장부를 펼쳐 놓고, 곡예단의 지출을 하나하나 적었다.
적어야 할 게 산더미인지, 그는 늘 한참 동안 장부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모든 지출에 마음이 쓰이는 듯 연신 중얼거렸다.
지출: 은 두 전, 솔리산 붉은 비단 스무 척 구매
"유리의 신선 밧줄이 점점 낡는군. 밥줄이나 다름없는 도구인데, 해져도 언질 한번 않다니."
"맨날 밖으로 나돌며 소식 한번 전해주지 않으니, 속이 탄다, 속이 타!"
제갈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옆에 있는 대나무 새를 슬쩍 보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출: 은 오백 문, 파사산 약술 몇 병 구매
"멍청한 경청이 녀석, 제 몸 귀한 줄 모르고 말이야! 돈을 잃어버리고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관객에게 욕을 먹고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다쳐도 아무 말을 하지 않다니!"
"다음에 또 부딪히고 깨져서 오기만 해 봐라. 이렇게 비싼 약은 절대 안 사줄 테다!"
제갈하는 모진 말을 늘어놓았지만, 상자에는 빈 약병이 가득했다.
지출: 은 삼백 문, 가래엿, 우유떡, 양다리 구이, 데친 채소 등 구매
"이 녀석들, 걸신이라도 들린 건지! 먹을 것만 보면 발걸음을 못 떼니, 원! 이러다 언젠가는 살림까지 다 먹어 치울 거야."
"됐다, 됐어. 한창 클 때니까... 흠, 나도 저맘때 그렇게 먹었으면 이렇게 땅딸보가 되지 않았을 텐데!"
제갈하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느라, 천막 밖의 맑은 방울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장부를 덮고 등불을 끈 그는 담뱃대를 들고 곧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제갈하가 멀어지자, 작은 두 그림자가 슬금슬금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은방울, 장담하건대, 분명 이 책에 단장의 비밀이 전부 적혀 있을 거야."
"'장'... 금방울아, 이 글자는 뭐라고 읽어?"
"에이, '장'은 무슨 '장'이야, 이건 일기라고... 어? 진짜 장부네, 시시하긴!"
"은방울아, 단장 정말 구두쇠다, 그치? 먹을 거 좀 산 것까지 다 적어두다니!"
"음... 맞아, 단장은 구두쇠야. 그래서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안 사잖아."
그렇게 금방울과 은방울은 빈손으로 천막을 나왔다. 풀이 잔뜩 죽어 방울 소리마저도 울적하게 들렸다.
씻은 듯 맑은 달빛 아래, 근처의 나무에 기댄 제갈하는 마치 나무의 그림자와 하나가 된 듯했다.
밤의 어둠 속에서 오직 담뱃대의 붉은 불꽃만이 그의 호흡에 따라 밝아졌다가 꺼졌다.
작은 두 그림자가 본인들 천막으로 들어가자, 사방은 비로소 다시 고요해졌다.
"구두쇠? 흥...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