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을 걷다 보면, 가끔 붉은 옷을 입은 여자아이들이 줄지어 묵묵히 걸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맨 앞에 앞장선 아이가 가장 가여워 보이는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손을 뻗으며 애원하곤 한다. "조금만…
밤길을 걷다 보면, 가끔 붉은 옷을 입은 여자아이들이 줄지어 묵묵히 걸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맨 앞에 앞장선 아이가 가장 가여워 보이는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손을 뻗으며 애원하곤 한다.
"조금만 손잡고 같이 가주세요. 어두운 게 무서워요."
어느 날 늦게 귀가하던 행상인이 그 붉은 옷 입은 소녀가 너무 가엾어 보여 덜컥 그 손을 잡았다. 그런데 잡는 순간, 그 손이 쇠고랑처럼 차갑고 뼛속까지 시려지며 단단하게 조여와 아무리 떨쳐도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행상인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려 했으나, 발이 땅에 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아 붉은 옷 입은 소녀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소녀들은 점점 발걸음을 재촉하며 인적 없는 황량한 숲속으로 파고들었다. 행상인은 소리치려 했으나 목구멍이 막힌 듯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공포에 질려 내려다보니 자기 손도 새파랗게 질려 차가워지고 있었고, 다시 여자아이들을 보니 하나같이 눈빛이 텅 비어 있어 도무지 어린아이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침내 그는 몽롱한 정신으로 행렬의 맨 끝에 서게 되었다.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 속에 그 또한 붉은 옷을 입은 여자아이로 변해버렸고, 텅 빈 눈으로 뒤따라 걷게 되었다.
노인들은 말한다. 그건 '홀려서' 끌려간 대리인이라고. 맨 앞에 선 소녀의 손은 혼을 낚는 밧줄과 같아서, 한번 잡으면 그 아이 대신 자리를 채우고 영원히 떠돌아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