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텍스트

비무로 짝을 찾는 진부한 이야기는 이야기책에 흔히 있다. 예를 들어, 강호의 명문가 여협이 마음에 드는 사내를 찾지 못하면, 집안에서 연무대를 세워 천하제일의 인재를 남편으로 삼는다. 또 거리의 가…

비무로 짝을 찾는 진부한 이야기는 이야기책에 흔히 있다. 예를 들어, 강호의 명문가 여협이 마음에 드는 사내를 찾지 못하면, 집안에서 연무대를 세워 천하제일의 인재를 남편으로 삼는다. 또 거리의 가난한 여인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스스로 팔려 가기를 택하지만, 무능한 사내에게 시집가고 싶진 않아 거리에서 간단히 비무로 짝을 찾는다는 글을 써서 이왕이면 강호의 짝을 만나려 한다. 어린 시절의 봉여지는 이런 협객의 사랑과 무림의 원한 이야기를 무척 좋아해서, 이야기를 짓는 구류문을 쫓아다니며 "그리고 나서요? 그리고 나서요?"하고 거듭 물어보고는 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청구촌의 연무대 위, 봉여지도 짝을 찾는 비무를 열었다. 다만 협객의 사랑이나 무림의 원한 때문이 아니라, 오직 '돈' 하나 때문이었다. 적룡당의 형제자매들을 먹여 살리려면 돈이 필요하고, 호자 제방의 공사에도 돈이 필요하고, 이제 막 성인이 된 적룡당 아이들에게 칼을 만들어 주는 데에도 돈이 필요하고, 어머니께 종이돈을 태워드리는 데에도... 역시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정은 황하의 운송을 끊으려 하고, 돈이 하늘에서 떨어질 리도 없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가는 사람의 주머니 속 돈을 당당하게 버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짝을 찾는 비무를 열게 된 것이다. 일단 첫째, 상금도 벌고 강호의 도련님들도 이길 수 있다. 둘째, 산수유탕을 마시러 온 장사꾼들이 많아지면 더 많이 호객하고 더 많이 거래할 수 있다. 셋째, 무예를 겨루며 실력이 늘면 이 고생도 헛된 게 아니다. 넷째, 크흠... 비무를 계속하다 보니, 예전에 구류문이 쓴 이야기책의 매력이 사라졌다. 협객의 사랑이나 무림의 원한 따위, 봉여지는 이제 진부하고 지루하기만 하다. 사랑이니 뭐니 하는 것보다, 동전 두어 푼이 훨씬 낫고 현실적이다. 그런데 그날, 연무대에 어느 소협이 난폭하게 뛰어들어 수구를 받아쳤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인데... 대단한 나리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어쩐지 묘하게 흥미로워 한번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봉여지는 가면을 쓴 뒤, 창을 들고 뒤돌아보며 말했다. "다음은 누구인가?"

댓글

—
비무로 짝을 찾는 진부한 이야기는 이야기책에 흔히 있다. 예를 들어, 강호의 명문가 여협이 마음에 드는 사내를 찾지 못하면, 집안에서 연무대를 세워 천하제일의 인…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