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에 흠뻑 젖은 쪽지 하나. 그것을 쥐고 약속 장소로 향하는 이의 마음은 몹시도 불안해 보였다. 그는 줄곧 딸에게 기다려 달라고만 말해왔다. 아비가 강호에 이름을 떨치면, 그때 너를 보러 가마. …
땀에 흠뻑 젖은 쪽지 하나. 그것을 쥐고 약속 장소로 향하는 이의 마음은 몹시도 불안해 보였다.
그는 줄곧 딸에게 기다려 달라고만 말해왔다.
아비가 강호에 이름을 떨치면, 그때 너를 보러 가마.
아비가 방장 스님께 빌어 네 병을 고쳐준다면, 더는 아프지 않을 게다.
아비가 높은 관직에 오르면, 온 강호 사람들이 다들… 어떻게 한다고 했더라…
그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딸이 만나자고 보낸 쪽지를 받았을 때, 그는 마침 상관에게 버림받아 연회에도 참석하지 못하던 처지였다.
그는 이것이 천명이라 생각했다. 오늘은 너무도 지쳤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만큼 기운이 다했으니까.
이제 은퇴해도 좋으리라. 고향으로 돌아가자. 집으로 가고 싶어 하는 딸을 데리고 함께.
그래서 그는 집으로 향했다. 쪽지와 함께 온 새 신발이 조금 헐거웠지만, 그는 기쁜 마음으로 신어 보았다.
성문 위 연무대에서 굴러 내려갈 때보다 더 빠르게,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창고를 향해 달려갔다. 그 모습이 이제 다시 힘차게 달리는 늙은 개를 연상시켰다.
이번에는 딸을 다시 기다리게 하지 않으리라.
그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집으로 가자, 난수지. 딸의 손을 잡고, 즐겁게 집으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