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텍스트

정명 칠 년, 오월 초닷새 처음 산을 나갔다가 가득 싣고 돌아오니, 장로님께서 다시 산을 내려가 수련하라 하셨다. 사람마다 재주가 다르다 하니, 나의 재주는 산 밖에 있는 모양이다. 용덕 원년, 오…

정명 칠 년, 오월 초닷새 처음 산을 나갔다가 가득 싣고 돌아오니, 장로님께서 다시 산을 내려가 수련하라 하셨다. 사람마다 재주가 다르다 하니, 나의 재주는 산 밖에 있는 모양이다. 용덕 원년, 오월 초엿새 산을 나온 지 불과 몇 달밖에 안 됐는데 연호가 바뀌었다. 괴이하다. 내일 강도를 만나거든 그때 '단골'들에게 소식이나 묻고 노잣돈이나 좀 거둬야겠다. 용덕 원년, 오월 초이레 '단골'을 기다렸는데... 왕청이 먼저 가로채 죽여버렸다! ...이런 놈과는 상종하지 않으련다. 용덕 원년, 오월 초여드레 길에서 강도를 만났는데 왕청에게 또 뺏겼다. 이번에 내가 묵문 제자인 걸 알아보더니, 수성술을 배우고 싶다 하였다. 가소롭도다. 용덕 원년, 오월 초아흐레 길에서 강도를 만났는데 또 왕청이 죽여버렸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떨어지질 않으니, 몹시 성가시다. 용덕 원년, 오월 초열흘 길에서 강도를 만났는데, 왕청과 크게 한바탕 붙었다. 그놈이 망언을 했기 때문이다! 전란이 하루라도 계속되면 묵가의 기예는 하루도 발휘할 곳이 없다고 했다. 문외한이 어찌 천 가지 기관의 오묘함을 알겠는가! 용덕 원년, 오월 십일일 오늘은 강도를 만나지 못했다. 왕청이 술을 들고 와 사죄하였다. 사람은 짜증나지만 술에 무슨 죄가 있겠는가. 향기롭구나. 용덕 원년, 오월 십이일 왕청이 술을 들고 또 왔다. 이 사람 참 한가하기도 하지. 용덕 원년, 오월 십삼일 왕청이 취했다. 드물게 말이 없다. 조용해서 좋다. 용덕 원년, 오월 십사일 왕청이 크게 취해 검을 어루만지며 '연호가'를 불렀다. 고작 수십 년 사이에 이렇게나 연호가 많다니... 분명 그놈이 술독에 눈물을 흘려 술맛을 버려놓은 게 틀림없다. 용덕 원년, 오월 십오일 내가 크게 취했다. 평소에 학문을 좋아한 탓에 취한 후 실수로 수성술을 적어주었다. 흥, 문외한이 어찌 탄복하지 않겠는가? 용덕 원년, 오월 십육일 길에서 강도를 만났는데 사방에 아무도 없어 두 냥하고 삼 전을 챙겼다.

댓글

—
정명 칠 년, 오월 초닷새 처음 산을 나갔다가 가득 싣고 돌아오니, 장로님께서 다시 산을 내려가 수련하라 하셨다. 사람마다 재주가 다르다 하니, 나의 재주는 산 …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