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주봉영은 결국 시집을 갔다. 시어머니는 친정어머니의 규중 벗이었고 두 집안은 같은 마을에 살았다. 남편 당명 또한 어린 시절 소꿉 친구였다. 주봉영과 남편은 금슬이 좋았다. 당명은 성품이…
어른이 된 주봉영은 결국 시집을 갔다. 시어머니는 친정어머니의 규중 벗이었고 두 집안은 같은 마을에 살았다. 남편 당명 또한 어린 시절 소꿉 친구였다.
주봉영과 남편은 금슬이 좋았다. 당명은 성품이 온화해서 시원시원한 주봉영과 오히려 서로를 보완하며 잘 어울렸다.
주봉영은 여전히 면 요리 솜씨가 뛰어났다. 그녀가 만든 밀 찐빵과 고기 양념은 온 골목에 향기가 퍼질 정도였다.
모두들 주 낭자가 현숙하고 대단하다고 했다. 하지만 주봉영은 마음속으로 여전히 문턱에 앉아 만두를 베어 물며 놀림받던 그 여자아이라고 느꼈다.
주봉영은 남편과 함께 농장을 세우고 딸을 낳아 일타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마도 물과 풀이 풍요로운 땅에서 태어나서일까. 당일타는 천진난만하게 자라 활짝 핀 앵초 같았다.
자유롭고 따스한 땅에 뿌리를 내렸기에 그녀의 꽃잎에도 햇살의 온기가 깃들었다.
주봉영은 늘 어머니가 문 앞에서 자신을 위로하던 모습을 기억했다. 또한 부뚜막 앞에서 더없이 좋은 밀가루 반죽을 치대냈을 때의 성취감도 기억했다.
"일타야, 이리 와서 어미 반죽 치대는 것 좀 도와줘." 조심조심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주봉영은 손을 잡고 가르치면서 귀에 대고 부드럽게 일러주었다.
"반죽은 적당한 힘으로 속까지 잘 치대야 해. 마지막에 반죽이 매끈매끈해지고 손에도 안 붙고 그릇에도 안 붙어야 가장 잘 된 거야..."
그런데 당일타는 두어 번 치대더니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어미, 반죽 치대는 건 하나도 재미없어. 일타는 안 할래."
"그럼 일타는 뭘 하고 싶은데?" 주봉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무심코 그 옛날과 같은 말을 물었다.
"일타는 나중에 양을 치고 닭을 키우고 큰 말도 타고 싶어!"
"버섯도 따러 갈 거야. 아 맞다! 일타도 농장을 열 거야, 이~~~만큼 큰 농장!"
주봉영은 마치 수년 전 그 오후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 어머니도 자신을 바라보며 흐뭇하고 신기하면서도 은근한 기대가 섞인 마음이셨을까? 아이가 원하는데 자신이 무슨 이유로 안 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주봉영은 웃으며 대답했다. "일타는 세상에서 가장 가장 대단한 농장주가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