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 비가 오려 하는군. 동부자: 그렇소, 비가 오겠구려. 내 들으니, 여우는 둥지에서 바람이 이는 것을 알고, 쥐는 굴에서 비가 오는 것을 안다 하니, 아무래도 귀하는 여우 아니면 쥐인 모양이오…
호리: 비가 오려 하는군.
동부자: 그렇소, 비가 오겠구려. 내 들으니, 여우는 둥지에서 바람이 이는 것을 알고, 쥐는 굴에서 비가 오는 것을 안다 하니, 아무래도 귀하는 여우 아니면 쥐인 모양이오.
호리: 나를 아시오?
동부자: 모르오. 하나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소. 나를 죽이러 올 그대를 말이오.
호리: 죽음이 두렵지 않소?
동부자: 아니, 두렵소. 하나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소. 선생도 그러하지 않소?
호리: 오? 그대는 무엇이 두렵소?
동부자: 선생도 아시다시피, 나 동모는 유학을 닦았으나 백가의 학문 또한 배웠소.
호리: 어째서요?
동부자: 대도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오. 천하를 진정으로 태평하게 할 수 있는 대도 말이오.
동부자: 내 일찍이 법가를 배웠으나, 시황은 법으로 천하를 다스리고, 채찍으로 천하를 휘둘렀소. 그 위세가 사해를 진동시켰으나 만백성은 편안하지 않았소.
동부자: 그 뒤로 도가를 연구했으나, 한나라 초기에 황로의 술법으로 천하를 다스리니, 백성을 말처럼 풀어놓고 교화하지 않아 호족들이 날개를 꺾지 않았소.
동부자: 묵가 또한 익혔으나, 묵자는 겸애와 비공을 말하며 인륜을 금하고 자신을 버려 남을 이롭게 하라 하니, 이 천하에 그리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소?
호리: 그래서 백가 중에 오직 유가만이 진정한 대도라 여기시오?
동부자: 유가도 아니오.
호리: 그렇다면 그대가 찾는 도는 대체 무엇이오?
동부자: 내 꿈을 하나 꾸었소. 이천 년 뒤의 세계를 보았지요.
동부자: 그곳은 유가로 등뼈를 삼아 천년의 기개를 세우고, 묵가로 칼날을 삼아 천하 창생을 보살피며, 법가로 잣대를 삼아 만물의 규범을 저울질하더이다. 제자백가가 모두 하나의 흐름으로 귀결되고 천하 만민이 마음을 돌리니, 굶주림의 근심도 없고 이별과 난리의 고통도 없었소.
호리: 백가를 융합하려는 것이오! 유문에게 버림받을까 두렵지 않소?
동부자: 방금 선생이 내게 무엇이 두렵냐고 물었지요. 이제 대답할 수 있소. 두렵소, 이것이 한낱 꿈에 불과할까 봐.
동부자: 아침에 나는 버섯은 초하루와 그믐을 모르고, 매미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하오. 높은 산을 보지 못하면 땅이 평평한 줄 모르고, 창해를 본 뒤에는 작은 시냇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지요.
동부자: 십 년이면 한때의 흥망을 도모할 수 있고, 백 년이면 왕조의 교체를 도모할 수 있으며, 천 년이면 문맥의 계승을 도모할 수 있소. 선생, 그대와 내가 이 만고의 도도한 흐름 속에 있거늘 어찌 천 년을 내다보며 만 년의 대세를 도모하지 않겠소?
호리: 어찌하려는 것이오?
동부자: 천하를 평안케 하려면 왕도로써 백가를 통일해야 하오. 허나 이 일은 필시 묵가의 겸애와 충돌하게 될 것이오.
동부자: 그러니 나 동모가 염치 불고하고 천하를 대신하여 묵자에게 천 년의 시간을 빌리고자 하오. 이후 이천 년 중 천 년은 유가에게, 남은 천 년은 묵가로 돌아갈 것이니, 그리하면 천하가 대동에 이를 것이오.
......
호리: 어찌 빌겠다는 것이오?
동부자: 묵자에게 죽음을 청하는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