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리는 왕청이 눈밭에서 주워 온 고아였다. 여자아이였기에 이후 심한영에게 맡겨져 길러지고 무예를 전수받았다. 부천리는 그녀를 따라 배우며 가장 성실하게 도법을 익혔고, 매사도 가장 빈틈없이 처리했…
부천리는 왕청이 눈밭에서 주워 온 고아였다. 여자아이였기에 이후 심한영에게 맡겨져 길러지고 무예를 전수받았다.
부천리는 그녀를 따라 배우며 가장 성실하게 도법을 익혔고, 매사도 가장 빈틈없이 처리했다. 심지어 그 엄격한 모습마저 아홉 할은 빼닮아 서리발 같은 냉기가 감도는 사람이 되어 갔다. 그렇게 점차 문파 동료들의 마음속에 과묵하고 듬직한 존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중도교의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녀는 스승이 홀로 뜰에 서서 북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았다. 칼자루를 쥔 손가락 마디는 힘주어 조여졌다가 다시 풀리곤 했다.
마음에 얽매인 것이 있으면, 칼에도 망설임이 생기는 법.
부천리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스승이 늘 쓰던 횡도를 챙기고 글 한 줄을 남겼다. '서리와 눈이 한영을 대신해 떨어질 수 있으니, 이 다리는 마땅히 천리가 대신 가야 합니다.'
날이 밝기도 전에 사람은 이미 멀리 떠나 있었고, 어깨에 짊어진 것은 칼보다 더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