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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에도 천공각은 여전히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추 사형, 아직 안 가시겠어요? 얼른 가서 쉬시죠." 지나가던 사제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추 사형은 논문을 고치는 중이니 방해하지 마."…

깊은 밤에도 천공각은 여전히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추 사형, 아직 안 가시겠어요? 얼른 가서 쉬시죠." 지나가던 사제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추 사형은 논문을 고치는 중이니 방해하지 마." 옆에 있던 다른 이가 사제를 말렸다. "추 사형, 먼저 가보겠습니다. 열쇠는 늘 두는 자리에 뒀으니, 문 잠그는 거 잊지 마시고요." 추 사형은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리 하겠다고 대답했다. 추 사형은 묵문의 대사형도, 내문 제자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외문 제자였다. 그러나 추 사형 이야기가 나오면 장로부터 멍돌이까지 입을 모아 추 사형을 칭찬한다. 다른 게 아니라 그의 지극한 성실함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든 추 사형에게 도움을 청하면 책임을 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십칠 년 동안 자신을 '적'으로 취급하는 사람이 있었다. 정확히 말해서 '적'은 아니었다. 양천언은 추역주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 적 없었다. 두 사람은 그저 서로 마주칠 기회를 암묵적으로 피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신야방에서 이야기 책 장사에 소홀한 양천언과 외문 제자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자인 추 사형이 한때 절친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십칠 년 전, 벽수운도의 복숭아 숲은 지금처럼 울창하지 않았다. 춘삼월이 되자, 복숭아나무 가지는 수면을 향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여린 붉은 꽃봉오리가 초록 비단 위에 흩뿌려진 연지 조각처럼 가지에 앙증맞게 매달려 있었다. 열여섯 살의 추역주는 낡은 책장을 메고 아침 이슬에 젖은 짚신을 신은 채 숲속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갑자기 높은 곳에서 맑고 낭랑한 시 읊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풍이 복숭아 꽃비를 몰고 오고, 밝은 달빛에 잔물결이 푸르게 빛나네."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들리자, 키 크고 마른 체구의 소년이 복숭아나무에 앉아 있었다. 푸른 옷소매는 자주 빤 탓에 하얗게 해져 있었고, 실밥이 드러났다. 그리고 손에는 누렇게 빛바랜 원고를 꼭 쥐고 있었다.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 소년이 그를 보자 원고를 흔들며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너도 시 좋아해?" 추역주가 공수하려고 손을 모으며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추역주..." 허리를 굽히는 순간, 책장 속에서 새끼 멧돼지가 고개를 삐죽 내밀고는 눈을 깜빡이며 책장 속에서 뛰어내려 달아나려고 했다. "하하핫!" 책을 든 소년이 크게 웃었다. "책장에 책 대신 멧돼지를 넣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다 웃었는지 소년은 나무에서 뛰어내리며 공수했다. 손가락 끝에 묻은 먹물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긴 도포 자락에 스윽 닦았다. "난 양천언이라 해. 시 몇 소절 지어 봤는데, 추 형님과 돼지 형님께서... 푸흡, 한번 봐 주십시오." 추역주는 멀리 도망치는 멧돼지와 배를 잡고 웃는 양천언을 번갈아 보며 황급히 설명에 나섰다. "말썽 피울까 봐 책장에 잠깐 넣어 뒀는데..."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멀쩡한 책장이 '돼지우리'가 되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충분히 웃고 나자, 양천언이 흥미로운 눈빛을 빛내며 추역주의 어깨를 두드렸다. "책장이든 돼지우리든, 멧돼지를 책장에 숨긴 건 추 형님이 처음일 거예요. " 손에 든 원고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방금 읊은 두 마디를 아직 완성하지 못했는데, 시에 대해 잘 아시는 듯하니 손 봐주실 수 있을까요?" 묵문은 오랫동안 산에서만 지내온 터라 재주를 강조하지만 시나 산문을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시나 산문은 좀처럼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 두 사람은 금세 친해졌다. 추역주는 자신에게 글재주는 없지만 이야기 책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스승에게 들킬까 봐 이야기 책을 쓸 때면 필명을 썼는데도, 결국 들켜서 허튼 짓을 한다는 꾸중을 들었다고 했다. "나도 마침 재능이 없다며 스승님들께서도 거두질 않더군. 허세 가득한 시만 쓴다면서 말이야. 이왕 이렇게 된 거, 내 이름으로 이야기 책을 써. 난 하나도 겁날 게 없으니까. 내가 시를 지어주고, 평을 써 줄게." 해가 기울기 시작하도록 새끼 멧돼지가 돌아오지 않자 추역주는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양천언이 추역주를 끌고 숲 외곽으로 향했다. "걱정하지 마, 방금 남쪽으로 가는 걸 봤어. 거기에는 부드러운 풀이 자라니 분명 거기 있을 거야."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은 들판 옆의 언덕에서 멧돼지를 발견했다. 따뜻한 햇살 아래 몸을 웅크리고 졸고 있던 멧돼지 입주변에는 여전히 풀조각이 달려 있었다. 추역주가 조심스럽게 멧돼지를 안아 올리자, 멧돼지는 꿀꿀거리며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양천언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신기한 이야기 집의 첫 장에 등장하는 주인공으로 멧돼지가 나오면 좋을 것 같은데!" 두 사람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후로 복숭아 숲은 두 사람의 단골 장소가 되었다. 산이 개방되면 이백, 두보, 원진과 백거의처럼 전국을 돌아다니며 글을 쓰고 답글을 달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나중에 산 밖에서 함께 서점을 열기로 했다. "개봉성이 가장 번화한 곳이라고 해. 가장 번화한 거리 모퉁이에 가게를 열고, 산에서 가져온 복숭아나무 두 그루를 입구에 심자!" 양천언은 최신 이야기 집을 쓰고 있었다. 두 사람의 책은 산에서 이미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추역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종이에 '천금불역'이라는 글자를 썼다. "이걸 서점 간판으로 써서 걸어두자." 양천언의 '천', 추역주의 '역'. 소중한 인연은 천금으로도 바꿀 수 없네. 당시 두 사람은 어렸다. 그런 나날이 계속될 거라고, 벽수운도의 복숭아꽃이 내년에도 다시 피어날 거라고 여겼다. 둘이 함께 이야기를 끝까지 써 내려가고, 새끼 멧돼지가 크게 자랄 거라고 믿었다. 그게 십칠 년 전, 봄날의 일이었다. 훗날 누군가 천공각 구석에서 양천언이 쓴 시가 담긴 낡은 이야기 책 몇 권을 발견했다. 책 여기저기에 돼지털이 박혀 있기도 했다. 한 제자가 책을 집어 들고 물었다. "조 사형, 양천언이 누구예요? 만나본 적 있으세요?" "그래, 오래전에 만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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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에도 천공각은 여전히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추 사형, 아직 안 가시겠어요? 얼른 가서 쉬시죠." 지나가던 사제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추 사형은 …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