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수로는 음침하고 눅눅했으며, 온갖 때가 뒤덮여 있어 냄새만 맡아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곳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가까이 가려 하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그곳이 바로 유장의 집이었다. 이 괴상한…
지하 수로는 음침하고 눅눅했으며, 온갖 때가 뒤덮여 있어 냄새만 맡아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곳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가까이 가려 하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그곳이 바로 유장의 집이었다.
이 괴상한 노인은 굽은 등으로 비틀비틀 수로 곳곳을 다니며, 남들이 버린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 동굴 안에 쌓아서 자신만의 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웅크린 채 숨어 지냈다. 그에게는 내일도 어제도 없었다.
오직 편종을 울릴 때마다, 유장은 한때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 기억들은 찬란했고, 자랑스러웠으며, 아름다웠다.
하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는 무참히 그를 짓눌렀다. 그의 신분은 사라지고, 사랑하는 이도, 가족도, 믿음도 모두 잃었다.
이제 남은 것은 꺼져 가는 한 줄기 생명뿐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남은 생명이, 굽은 허리를 이끌고 휘청거리며, 수로 깊은 곳으로 도망친 길 잃은 자들에게 다시 살 길을 보여 주었다.
그들은 무우방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종소리를 따라왔다. 좁은 구멍을 통과해 생과 사의 경계를 넘고, 밝은 미래를 향해 달려갔다.
종을 치는 이는 밤낮으로 수로 어귀를 지키며 편종을 울렸다. 그는 종소리를 믿음 삼아 생과 사를 잇는 다리를 놓고, 그들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가서 너희의 집을 찾아라.
유장은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내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이미 부서졌지만, 너희는 아니다.
아직 희망이 남아 있을 때, 아직 늦지 않았을 때, 이곳을 떠나 아름답고 따뜻한 집을 지어라.
그것이 내가 너희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따뜻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