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아이노가 포도나무 묘목만 하던 때의 일이다. 그녀는 늘 아버지의 눈을 피해 몰래 이웃집 포도밭 입구까지 가서,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아주머니~ 포도 향기가 너무 좋아요~ 저도 맛보면…
아주 오래전, 아이노가 포도나무 묘목만 하던 때의 일이다.
그녀는 늘 아버지의 눈을 피해 몰래 이웃집 포도밭 입구까지 가서,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아주머니~ 포도 향기가 너무 좋아요~ 저도 맛보면 안 돼요~?"라고 간드러지게 외치고는 했다.
이 방법은 실패한 적이 없었고, 아이노는 언제나 크고 달콤한 포도 한 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들킬 때면 무조건 혼이 났다.
주변 사람들은 "아이고, 고작 포도 한 알 가지고 왜 그래요? 아이노가 어깨도 두드려주고 다리도 주물러주니, 오히려 우리가 포도나무를 더 심고 싶을 지경인데요!"라며 아버지를 말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굳은 표정으로, 포도는 농가의 생명줄이지 달콤한 간식이 아니니, 함부로 구걸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정 먹고 싶거든... 우리 집 포도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 혹시 이 아비가 키운 포도는 달지 않은 게냐?"
"그런 거 아니에요!" 아이노가 작은 목소리로 반박했다. 아버지의 포도가 최고라고, 다만...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밤새 포도덩굴을 지키며 술을 빚는 걸 보다 보니, 우리 집 포도를 보기만 해도 땀 맛이 나서, 너무 쓰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할 말을 잃었고, 모두에게 사과한 뒤 묵묵히 아이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이노가 눈을 비비며 창문을 열자, 집 문 옆에 작은 포도나무가 심겨 있었다! 아이노만을 위해 심은, 술로 빚지 않는 포도나무였다.
그때부터 아이노는 매일 잠들기 전에 덩굴에 달린 포도를 세어보며, 내일 아침이면 몇 알이나 익을지 기대했다. 한 알이면 혼자 먹고, 두 알이면 오라버니와 나눠 먹고, 세 알... 네 알이면... 아버지, 오라버니, 아이노가 한 알씩 먹고, 나머지 한 알은 흙에 묻어 어머니께 드려야겠다!
그 달콤함은 아이노의 가족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집 앞에 있던 그 조그만 포도나무는 결국 어디로 갔을까? 어느 날 사라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