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도의 소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먼저 먹물이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다. 늘 여가 조부의 탁자 앞에서 졸고 있는 그 검은 털 뭉치 말이다. 조부는 늘 말씀하셨다. 만물에는 소리가 있다…
묵도의 소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먼저 먹물이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다. 늘 여가 조부의 탁자 앞에서 졸고 있는 그 검은 털 뭉치 말이다.
조부는 늘 말씀하셨다. 만물에는 소리가 있다고. 소리함을 만들던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소리를 만들어 냈는지 모른다. 죽간이 열리고 닫히는 청아한 소리, 종이와 먹이 스치는 바스락거림, 기계 장치가 돌아가는 낮은 울림. 하지만 먹물이는 전혀 방해받지 않았다. 온갖 소리가 흘러나게 내버려둔 채, 그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조부는 살금살금 다가가 소리함을 먹물이의 보송보송한 볼에 가까이 대고 골골거리는 소리를 담기도 하셨다. 때로는 어린아이의 쌕쌕거리는 숨소리 같다가도, 때로는 아궁이 위 따뜻한 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 같기도 했다.
조부는 이를 재미있다고 여기며 가끔 먹물이에게 물으셨다. "먹물아, 네가 이렇게 잘 자는 건 혹시 꿈속에서 내가 듣지 못하는 묘한 소리를 듣고 있는 게 아니냐?"
먹물이는 그저 몸을 더욱 둥글게 말뿐이었다. 마치 세상의 온갖 소리가 자신의 꿈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는 듯이.
조부는 문득 먹물이를 주워 온 그날이 떠올랐다. 담장 너머에서 가느다란 야옹 소리가 들려왔는데, 방금 녹음한 폭우 소리와 어우러져 높낮이가 맞아떨어지며 저절로 곡조를 이루었다.
조부는 평생 묵도의 소리가 무엇인지 끝내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작은 고양이는 자신과 인연이 있었다.
어느 날 먹물이가 홀연 꿈에서 깨어났다.
그때 조부는 혼자서 옛날 묵도의 가르침을 연습하고 계셨는데 먹물이가 살며시 다가가 머리로 조부의 손등을 비비며 한 번 야옹 울었고 그 소리가 마침 돌아가던 소리함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여가의 말에 따르면 이것이 조부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함께한 합창이었다고 한다.
그 후 조부는 세상을 떠나셨다.
먹물이는 여전히 해가 서쪽으로 기울 때까지 푹 자곤 했다.
이 방에는 더 이상 옛날의 시끄럽고 요란한 소리가 없었다. 이치대로라면 아무도 방해하지 않으니 꿈은 더 평온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먹물이는 이곳에서 깨어날 때마다 느낀다. 방 가득한 고요함이 예전의 모든 소리를 합친 것보다 더 마음을 시끄럽게 만든다는 것을.
먹물이는 발을 핥고 하늘을 향해 한 번 야옹 운다.
이번 소리는 어느새 이전보다 더욱 크게 울려 퍼진다.
마치 누군가의 화답을 기다리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