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후세 자손들에게 고하노라. 나는 량주의 화공 구 아무개는, 마흔 해 동안 붓을 잡으며 그림에 온 마음과 힘을 다 쏟았노라. 이제 숨은 실낱같고 목숨은 꺼져가는 등불과 같으니, 석 자 비단에 …
삼가 후세 자손들에게 고하노라.
나는 량주의 화공 구 아무개는, 마흔 해 동안 붓을 잡으며 그림에 온 마음과 힘을 다 쏟았노라.
이제 숨은 실낱같고 목숨은 꺼져가는 등불과 같으니, 석 자 비단에 유서를 남겨 세상에 전하고자 한다.
옛날 장공이 의기를 높이 들어 하서 땅이 다시 당나라의 영토로 돌아왔을 제, 천수의 장터에 모인 만백성의 환호성이 하늘을 찔렀느니라.
내 그 태평성대를 직접 목격하고 지극한 정성을 다해 <천수행락도>를 그렸노라.
주점에서 춤추는 이족 무희와 밀짚더미에서 뛰노는 한족 아이들,
비단의 길에 울려 퍼지는 낙타 방울 소리와 피리 소리에 녹아든 변방의 뿔나팔 소리까지...
아홉 장 길이의 긴 두루마리에 태평성대의 기운을 붓과 먹으로 모두 담았다.
그러나! 붓을 적셔 그림을 그리던 찰나, 번영하는 세상의 화려함 뒤로 마침내 흉조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기련산의 눈발 속으로 토번 기마병의 그림자가 움직이고 사주의 역마는 급박한 봉화 소식을 전해왔음이라.
이 그림이 광릉산의 절창처럼 끊어질까 두려워, 이를 셋으로 찢어 나누었노라...
후세 자손이 만약 남은 두루마리를 얻거든, 두 가지를 기억하라.
첫째, 이 그림을 이어 붙일 때는 귀의군이 잃은 땅을 수복하듯 하라. 강산의 한 치 한 치가 모두 피눈물임을 잊지 말라.
둘째, 그림이 온전해지는 날에는 부디 향을 피워 동쪽을 향해 절하라.
이는 나의 썩은 뼈에 절하는 것이 아니라, 저 멀리 장안의 명월에 절하는 것이니라!
슬프도다! 그림은 끊길지언정 당나라의 넋은 찢길 수 없으며, 조각난 그림은 가릴 수 있어도 고향으로 향하는 그 간절한 마음은 결코 묻을 수 없으리라.
□□년 상월 구석자 절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