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다희라는 이름은 그가 스스로 지은 것이다. 그는 일평생 부족해도 되는 건 많지만, 돈만큼은 부족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군 사람들은 그를 연북맹 최고의 자린고비이자 겁쟁이라고 비웃는다. 하지만…
전다희라는 이름은 그가 스스로 지은 것이다. 그는 일평생 부족해도 되는 건 많지만, 돈만큼은 부족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군 사람들은 그를 연북맹 최고의 자린고비이자 겁쟁이라고 비웃는다.
하지만 그는 그저 씩 웃으며, 주판을 만지는 손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평생을 계산하며 살아왔지만, 그 중 가장 큰 돈은 왕청 장군의 것이다.
그해 오랑캐가 마을을 도륙하던 날, 그는 살아남기 위해 버려진 우물 속에서 닷새를 버텼다.
극심한 굶주림에 풀뿌리를 씹고, 흙탕물을 마시며, 구더기까지 먹었다.
우물 뚜껑 틈으로 불길과 비명을 지켜보며, 피비린내와 살 타는 냄새 속에서 그는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바람 소리만 들어도 말발굽 소리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알아챘고, 공기의 미세한 떨림만으로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똑, 똑... 그렇게 썩은 냄새와 절망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닷새를 버텼다.
어느 날 우물 안으로 눈부신 빛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고... 마침내, 장군이 나타났다.
전다희는 울지 않았다. 그 대신 마음속 장부를 펼쳐, 그 위에 무거운 한 줄을 남겼다. '왕청, 목숨을 빚짐.'
장군 곁에서 익숙한 '위험의 기운'을 느꼈을 때, 군에서 가장 겁이 많은 사내는 처음으로 숨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모든 비밀이 담긴 편지를 남겼다. 그리고 버려진 우물 속에서 숨을 죽이고 버텼던 것처럼, 조용히 장군을 노리는 위험한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장군의 목숨을 구하려 한다. 그날 장군이 우물에서 건져 올린 목숨을 갚아주려 한다.
이 빚을 갚으려고 평생을 기다리며 살아왔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빚을 다 털어낼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