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텍스트

천진-이 두 글자를 종이에 적으려면, 몇 번 붓끝에 먹을 묻혀 가볍게 몇 자만 쓰면, 얇은 종이 한 장과 한 구절의 풍류시로 그곳에 담긴 '천진'의 뜻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천진 두…

천진-이 두 글자를 종이에 적으려면, 몇 번 붓끝에 먹을 묻혀 가볍게 몇 자만 쓰면, 얇은 종이 한 장과 한 구절의 풍류시로 그곳에 담긴 '천진'의 뜻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천진 두 글자가 사람에게 붙으면, 천금보다 무겁고 붉은 쇠보다 무거워, 걷지도 못하고 도망치기도 힘들며 울어도 소리 없고 탄식 또한 웃음을 자아낸다. 결국 이 두 글자에 의해 혼란한 세상에서 목이 졸려 죽고 만다. 사람들은 천진에 죽임을 당한 시신 옆을 지나가며, 열 명 중 다섯은 조롱하고, 세 명은 탄식하며, 두 명은 분노한다. 이 무게와 가벼움 사이가 대단히 기이하지 않겠는가? 진약란은 천진함 때문에 죽은 사람을 많이 보았고, 그 시신 옆을 스친 수많은 험담도 들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어떠한가? 그녀는 $N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었고, 사람을 이용하는 것도 그녀였으나, 사람이 죽기를 원치 않는 것도 그녀였다. 역사책 종이와 붓 위에 적힌 천진이라는 두 글자는 과연 먹빛이었을까? 그 먹빛 아래 몇 명이 묻혀 있고, 몇 방울의 핏빛이 숨겨져 있을까? 그녀는 천금을 보았고, 사람에게 내려진 천진함이 천금보다 무겁고 또한 천금보다 귀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귀함이 때때로 그녀로 하여금 이 사람 또한 핏빛 중 하나가 될까 걱정하게 했다. 진약란은 고개를 숙여 종이 위의 천진 두 글자를 다시 훑으며, 정신이 팔려 떨어진 먹물 방울을 닦아냈다.

댓글

—
천진-이 두 글자를 종이에 적으려면, 몇 번 붓끝에 먹을 묻혀 가볍게 몇 자만 쓰면, 얇은 종이 한 장과 한 구절의 풍류시로 그곳에 담긴 '천진'의 뜻을 충분히 …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