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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정상에 수륙 십팔도의 고수들이 모두 모였으나 하나같이 얼굴에 먹구름이 가득했다. 이 일 년 사이에 무림에 두 가지 경천동지할 재앙이 닥쳤기 때문이었다. 첫째는 연초에 무림 맹주 우문악의 일가와…

태산 정상에 수륙 십팔도의 고수들이 모두 모였으나 하나같이 얼굴에 먹구름이 가득했다. 이 일 년 사이에 무림에 두 가지 경천동지할 재앙이 닥쳤기 때문이었다. 첫째는 연초에 무림 맹주 우문악의 일가와 장내 호위병 백여 명이 하룻밤 사이에 몰살당하여 살아남은 자가 없었다. 둘째는 얼마 전 천하 고가의 가주 고군이 홀연히 나타난 백발 요괴에게 가슴이 뚫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 백발 요괴는 미친 듯했지만 기괴한 무공을 지녔다. 고가의 남은 고수들이 그를 에워쌌으나 어찌하지 못했다. 그는 무시무시한 장력으로 포위를 뚫고 사라졌다. 두 참극 모두 강호의 명문 세가가 참사를 당했으니 무림은 공포에 휩싸였다. 만약 두 참극이 모두 그 백발 요괴의 소행이라면 진정 마두라 칭할 만했다! 육연은 사방을 유랑하는 묵가 문도로, 고수들 사이에 서서 자신이 메고 온 거대한 기관 상자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 마두가 설마 당신인가요?" 상자 안에는 바로 육연이 며칠 전 구해준 혼수상태의 백발 병자가 들어있었다. 백발이 눈에 띄어 상자 속에 숨겼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상자 속에서 아무 소리도 없었다. 고수들이 한참 논의를 이어가자, 병자가 갑자기 내공을 실어 육연의 귀에만 들리게 전음을 전했다. "먼저 떠나라. 나는 죽여야 할 자가 있다." 육연은 크게 놀랐다. 자신이 정녕 그 마두를 구했단 말인가. 말리려 했지만 마두는 이미 상자를 부수고 나왔다. 그는 무리 중 한 사람을 낚아채더니 단숨에 그자의 목숨을 끊어버렸다! 산 정상의 고수들이 일제히 마두를 에워싸고 공격했으나 바로 제압하지 못했다! "저 묵가 제자가 마두와 동행했으니 분명 공범이다. 먼저 저 계집을 잡아라!" 이미 포위를 뚫은 백발 마두가 그 말에 다시 살진으로 뛰어들어 육연을 보호하며 온몸에 상처를 입고 포위를 뚫고 나왔다. 그날 밤, 둘은 어느 허물어진 사당에 이르렀다. 육연은 백발 마두를 꾸짖으며 어찌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이냐고 했다. 그런데 낮에 무적이던 마두는 그 말을 듣고 눈물만 흘릴 뿐 말이 없었다. 마두의 몸에 자신을 구하느라 입은 상처가 가득한 것을 보고 육연은 안쓰러워 연유를 물었다. "내가 말하면 믿겠느냐?" 백발 마두는 자신의 행색이 일반인과 다르니 육연이 믿어주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육연은 천성이 착해서 마두에게 말해보라 했다. "나는 본래 맹주 우문악의 아들 우문천음이오. 어머니의 생신날 악당이 거금을 들여 연회를 준비하는 자를 매수하여 술에 독을 탔소. 내가 깨어났을 때 아버지는 나를 지키려다 내 눈앞에서 숨을 거두셨지. 맹렬한 불길을 뚫고 포위를 벗어났는데, 화마의 독을 들이마셔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변했소. 천하 고가는 구원을 빙자하여 우리 집 재물을 약탈하고, 혼절한 나를 고가의 지하 감옥에 가두어 밤낮으로 고문하며 우리 가문의 배운장 비결을 캐려 했소. 화마의 독이 내 외양을 바꿨으나 경맥도 넓혀주어 공력이 점차 회복되었고, 쇠사슬을 끊고 기회를 틈타 고가 가주를 죽이고 도망쳤소. 그 후 부상으로 혼절한 나를 그대가 구해준 것이오." 육연은 그의 얼굴이 선하고, 이야기할 때 진심이 담겼으며, 논리에 어긋남이 없어 절반쯤 믿었다. 또한 낮에 천음이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주었으니, 은혜를 갚는 의리 있는 자라 나머지 절반도 믿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녀도 분석을 도왔다. "마침 새로운 맹주를 선출하려는 때니 맹주 자리를 노리는 자가 그대의 원수일 겁니다." 맹주 비무가 시작되어 보름간의 대결 끝에 다섯 명만이 그 높은 자리를 다툴 자격을 얻었다. 비무가 한창일 때 백발 마두가 홀연히 나타나자 모두가 두려워하며 감히 맞서지 못했다. 강호인들이 서로 눈치만 보던 중, 비무대의 다섯 명은 체면을 구길 수 없어 차례로 나섰다. 다섯이 하나를 상대하면서도 여전히 당해내지 못했다. "이 백발 마두의 장력이 어찌 이리 깊단 말인가!" 그때 다섯 중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우문천음의 배운장의 허점을 찾아 갑자기 공격하며 그의 명문을 찔렀다. 기뻐하려던 찰나 자세히 보니 그 자리에는 꼭두각시만 있었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우문천음이 기회를 틈타 나타나 배운장으로 그 악당의 숨통을 끊었다. 강호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달려들었다. 네 명의 고수가 마침내 배운장을 알아보고 육연의 해명도 듣지 않은 채 우문천음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문가가 멸하지 않으면 무림 각 문파는 영원히 기를 펴지 못할 것이다!" 우문천음은 꿈에서 깬 듯했다. 알고 보니 우문 일족을 멸한 것은 한 사람이 아니었다. 맹주 자리를 노리던 수많은 명문 정파들이 묵인하거나 힘을 보태 함께 도모한 것이었다. 그날 우문천음은 살신으로 화하여 홀로 수많은 고수를 참살하고 육연을 데리고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그 후로 강호에는 육연만 보일 뿐 우문천음은 보이지 않았으나 누구도 감히 육연에게 손대지 못했다. 천하에서 가장 무서운 마두가 그녀가 메고 다니는 기관 상자 속에 숨어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육연은 이듬해 맹주 대회에 참가했는데, 모든 상대가 전날 항복하거나 숨어버려 한 번도 싸우지 않고 무림 맹주가 되었다. 그녀는 맹주 자리에서 백발 마두의 누명을 벗겨주었고 이듬해 물러나 은거했다. 후세 사람들은 육연과 우문천음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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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정상에 수륙 십팔도의 고수들이 모두 모였으나 하나같이 얼굴에 먹구름이 가득했다. 이 일 년 사이에 무림에 두 가지 경천동지할 재앙이 닥쳤기 때문이었다. 첫째…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