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때였어요. 아버지가 밖에서 도박을 하다 빚을 지고, 빚쟁이들에게 두들겨 맞은 채 집으로 돌아왔죠.' '집에 오자 화풀이할 데를 찾다가 저를 때리려 했고... 그때 누나가 제 앞을 막아섰어…
'다섯 살 때였어요. 아버지가 밖에서 도박을 하다 빚을 지고, 빚쟁이들에게 두들겨 맞은 채 집으로 돌아왔죠.'
'집에 오자 화풀이할 데를 찾다가 저를 때리려 했고... 그때 누나가 제 앞을 막아섰어요. 누나 이마의 흉터는, 바로 그날 생긴 거예요.'
'너희 어머니는?'
'어머니요? 진작에 아버지 손에 시달리다 도망치셨어요. 전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아요. 누군들 살고 싶지 않겠어요. 그 집에 남았다면... 죽는 길뿐이었겠죠.'
'누나도 도망칠 수 있었겠지만, 제가 너무 어렸거든요. 차마 저를 두고 떠날 수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누나가 널 키운 거구나?'
'네. 누나가 아니었다면... 전 벌써 마을 어귀 늙은 나무 밑에 썩어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누나를 꼭 찾아야 해요. 설령 뼛조각 한 줌일지라도, 제 두 눈으로 확인하고, 제 두 손으로 묻어야... 그래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요.'
그 말을 끝낸 순간, 강외의 손이 잠시 멈췄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수많은 무덤 사이, 질퍽한 진흙탕. 그의 흰옷에는 어느새 진흙이 군데군데 튀어 있었고, 그 얼룩은 어쩐지 핏자국처럼 보였다.
바로 눈앞, 흙탕물에 씻겨 드러난 건 나무 비녀의 한 조각. 반쯤 부러진 매화 모양이었다. 그가 이 비녀를 깎은 건 겨우 열 살 무렵이었다. 손이 서툴러 며칠 밤낮을 붙잡고 있었지만 끝내 망쳐버려, 버리려 했었다. 그때 누나가 그를 말렸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매화라고.
지금, 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던 매화는... 그가 가장 아꼈던 누나와 함께, 이 진흙 속에 묻혀 있다.
나무는 썩고, 사람은 마침내 뼈가 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