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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후, 회월이 화가 잔뜩 난 채 장씨 저택으로 뛰어 들어오더니, 제 키만 한 맥도 한 자루를 질질 끌며 뒤돌아 나갔다. 회랑에 있던 회심이 그 모습을 보고는 다리를 뻗어 가로막으며, 회월의…

어느 날 오후, 회월이 화가 잔뜩 난 채 장씨 저택으로 뛰어 들어오더니, 제 키만 한 맥도 한 자루를 질질 끌며 뒤돌아 나갔다. 회랑에 있던 회심이 그 모습을 보고는 다리를 뻗어 가로막으며, 회월의 얼굴에 든 멍 자국들을 스치듯 훑어보았다. "그건 뭐 하러 가져가?" "죽이려고!" "이씨 그 자식이 입방정을 떨더라고! 나더러 글만 읽을 줄 알면 됐지, 공부 같은 거 해서 누구 보여줄 거냐고 말이야!" "똑똑히 보여줘야겠어. 나 장회월은 글도 읽을 줄 알고, 칼도 들 수 있다는 걸!" "가자." 회심은 두말하지 않고 칼을 낚아채 어깨에 짊어졌다. 누이가 사람을 죽이러 간다는데, 칼을 건네받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회월을 기다리고 있던 소정도 책을 내던지고 아무 말 없이 뒤따랐다. 소정은 무거운 칼을 대신 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회월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마침 커다란 돌을 들고 돌아오던 장구는 살기등등하게 밖으로 나가는 세 사람과 마주쳤다. 비석 새기기 따위를 배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장구는 서둘러 뒤를 쫓았다. 그리하여 회심은 칼을 짊어진 채, 나머지 세 사람을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이씨 집으로 향했다. 이씨 집 아이는 회심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반 발짝 물러섰지만, 입은 질세라 떠들어댔다. "어이, 선머슴, 지원병 데려온 거야? 이게 누구야, 아버지도 없는 장회심이잖아! 만년 이등 소정도 있네, 머릿수 채우러 온 거야? 쓸모없는 장구까지! 하하, 동네 한심한 놈들이 다..." 회심의 주먹이 아이의 말보다 빨리 날아가, 아이의 얼굴에 제대로 꽂혔다. 옆에 있던 몇 명이 아이를 도와주려 달려들었지만, 소정이 단단히 막아섰다. 회월도 눈에 뵈는 게 없는 듯 칼을 휘두르며 죽이려 들었다. 가엾은 장구는 도와주고 싶으면서도 말리고 싶어 밀치락달치락하다가, 누군가의 몽둥이에 머리를 맞고 말았다... 갑자기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고 몽둥이가 이리저리 부딪치더니, "아버지! 어머니!"하고 울부짖는 소리와 살려달라는 애원만이 울려 퍼졌다. 장구는 순순히 자초지종을 털어놓았고, 이야기를 들은 장의조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씨 집안 사람들 앞에서 아이들을 야단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아이들에게 집으로 돌아가서 반성하고 다시는 말썽을 피우지 말라며 꾸짖었다. 밤이 깊어지자, 네 개의 작은 그림자가 약속이나 한 듯 몰래 성벽 위로 올라갔다. 그들은 나란히 앉아 둥그런 호떡을 나눠 먹으며, 둥그런 달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온몸의 흙먼지를 씻어내 주었다. "너희, 손이 너무 느린 거 아니야? 더 많이 때려야 속이 시원했을 텐데!" "주먹과 발은 함부로 휘두르면 위험해. 난 널 지키고 있었던 거라고." "치!" 네 사람은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웃음소리는 밤바람에 실려 점점 멀어지다가, 눈보라에 묻혀 사라졌다. 회심은 팔을 베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얼굴 위로 차가운 눈송이가 내려앉아도 개의치 않았다. 옆에서 들려오는 장난 소리에 마음이 편해졌다. 이날 밤은 장의조가 대당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21년, 회심이 귀의군을 이끄는 날까지도 21년이 남은 날이었다. 회심의 병이 깊어지고, 회월이 절도사 관저를 포위하는 날은 그보다도 먼 44년 뒤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 네 사람은 그저 높이 솟은 성벽 위에 앉아 호떡 하나를 나눠 먹으며 같은 달을 바라보고 있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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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후, 회월이 화가 잔뜩 난 채 장씨 저택으로 뛰어 들어오더니, 제 키만 한 맥도 한 자루를 질질 끌며 뒤돌아 나갔다. 회랑에 있던 회심이 그 모습을 보…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