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시간 동안 모용연조는 이미 정신이 흐릿했다. 하지만 아주 잠깐 정신이 맑아질 때면, 이상한 사람들이 눈앞에 나타나곤 했다. 옛 친구들과 함께 말을 타고 달리던 소년, 기세등등한 장수들, 전…
대부분의 시간 동안 모용연조는 이미 정신이 흐릿했다. 하지만 아주 잠깐 정신이 맑아질 때면, 이상한 사람들이 눈앞에 나타나곤 했다.
옛 친구들과 함께 말을 타고 달리던 소년, 기세등등한 장수들, 전장을 누비던 장군, 조정의 신하, 끈질기게 그를 말리던 옛 친구, 그리고 결국 친구를 직접 베어버린 죄인.
이상한 건, 분명 옷차림도 표정도 다 다른데, 그 얼굴들이 전부 닮아 있었다. 너무나 익숙했다.
누구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자, 마르고 주름진 두 손이 보였다. 장군의 손 같지도, 한창나이의 사람 손 같지도 않았다.
그게 지금의 자신이었다.
그리고 방금 스쳐 지나간 그들은, 모두 과거의 자신이었다.
그는 손발에 채워진 쇠사슬을 흔들었다. 귀를 찢는 쇳소리는 가끔은 그를 깨우는 자극이 되었고, 또 가끔은 혼란으로 빠지는 문을 열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때로는 잊고, 때로는 떠올렸다. 그때, 환영들이 그의 앞을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충성도, 우정도 부족했기에 이 꼴이 된 거다."
"용기도, 두려움도 부족했기에 한 걸음마다 잘못된 길을 걸었다."
"그를 죽였으면서도 내려놓지 못했기에, 네 병은 나을 수가 없다."
"조송에 귀순하기로 했다면 친구를 위해 빌지 말아야 했고, 친구를 택했다면 조송에 귀순하지 말아야 했다."
"너 자신이 너를 이 쇠사슬 속으로 밀어 넣은 거다."
그는 그 목소리가 자기 자신임을 알아차렸다.
맞다, 다 업보다. 결국 이렇게 된 건, 모두 그의 업보다.
전장에서 피를 흘리던 몸이 이제는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 피 대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