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 삼 년, 삼월 칠일 처음으로 산을 나서니 장로님께서 은 오십 냥을 벌어오라 하셨다. ...오십 냥이라니! 세 식구가 수년간 고생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니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심히 걱정이다…
정명 삼 년, 삼월 칠일
처음으로 산을 나서니 장로님께서 은 오십 냥을 벌어오라 하셨다.
...오십 냥이라니! 세 식구가 수년간 고생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니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심히 걱정이다.
정명 삼 년, 삼월 팔일
길에서 강도를 만나 한 냥 석 전을 거두었다.
정명 삼 년, 삼월 구일
길에서 강도를 만나 두 냥 이 전을 거두었다.
정명 삼 년, 삼월 십일
길에서 강도를 만나 일곱 냥 여덟 전을 거두었다.
정명 삼 년, 삼월 십일일
하루에 무려 세 번이나 강도를 만나다니! 아아! 천하가 이리 어지러우니 한탄을 금할 수 없구나.
정명 삼 년, 삼월 십이일
또 강도를 만났다. 품속의 은전을 세어보니 벌써 스무 냥 남짓이 모였다. 오십 냥의 절반에 가까워졌다.
차라리 강도를 좀 더 찾아볼까. 아니, 아니다. 우리 묵문 제자가 어찌 재물을 빼앗는 데 빠질 수 있단 말인가?
정명 삼 년, 삼월 십삼일
우연히 강도를 만나 세 냥을 얻었다. 도적들이 개미 떼처럼 많아 피할 수가 없던 것이니 결코 내가 일부러 찾아다닌 것이 아니다.
정명 삼 년, 삼월 십사일
관내로 들어와 약탈을 일삼던 거란 마적을 만났다. 기름진 음식과 비단을 가득 싣고 있기에, 은 마흔아홉 냥을 거두었다!
슬프도다, 내가 배운 이 몸의 기예가 정녕 쓸모가 없단 말인가?
정명 삼 년, 삼월 십오일
거란 마적 몇 놈을 찾아내어 은 스무 냥을 얻었다. 퉤, 거지들 같으니.
정명 삼 년, 삼월 십육일
아무리 찾아도 거란 마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탄식하며 이르노니, 나도 참 갈 데까지 갔구나.
정명 삼 년, 삼월 십칠일
호타강에 이르니, 수많은 말들이 말발굽을 구르고 수천 개의 활시위가 허공을 울려 대기에 가보니, 알고 보니 거란 마적 떼가 협객 세 명을 에워싸고 죽이려 하고 있었다.
통쾌하도다! 이번에는 분명 은 백 냥을 넘게 거둘 수 있으리라!
정명 삼 년, 삼월 십팔일
내가 배운 기예가 마침내 쓰일 곳을 찾았구나. 그 협객 세 사람이 은 오십 냥을 주며 호타강 위에 다리 하나를 놓아 달라 청해왔다.
정명 삼 년, 삼월 십구일
오늘에야 알았으니, 협객 세 명의 이름은 서지고, 왕청, 이무심이었다.
아차, 불길하다. 천하의 권력 다툼에는 끼어들지 않는 것이 우리 묵문의 법도거늘. 이번 일은 결코 장로님이 아시게 해서는 안 된다.